"솔직히 아쉽긴해요. 그래도 정말 기쁜 일들이 많습니다."
2017년의 끝자락을 앞둔 최영준(26·경남)의 감정은 '시원섭섭'이다. 소속팀 경남은 챌린지(2부 리그) 우승을 조기에 확정, 다음 시즌 클래식 승격을 일궜다.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뒷맛은 못내 씁쓸했다. 지난 20일 진행된 2017년 K리그 어워즈에서 최영준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었다. '괴물' 말컹을 비롯해 무려 8명의 경남 동료들이 챌린지 시즌 베스트11을 장식했지만, 최영준은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문기한(부천) 황인범(대전)에 밀렸다.
최영준은 "내심 기대를 했다. 그래서 아내와 함께 수상 소감도 준비해보고, 무대 분위기도 상상해봤다"면서 "하지만 뽑히지 못해 정말 아쉬웠다"며 허탈히 웃었다.
괜히 혼자 '김칫국' 마신 게 아니다. 중앙 미드필더 최영준은 2017년 리그 31경기에 나서 3골-1도움을 기록했다. 복수의 선수, 구단 관계자들도 입을 모아 "최영준은 분명 받을 줄 알았는데 뽑히지 않아 놀랐다"고 했을 정도.
그래도 최영준은 웃는다. "베스트 미드필더가 아니더라도 웃을 일들이 많았다." 우선 26일은 결혼기념일이다. "부족한 나를 믿고 결혼해준 아내와 결혼 1주년이다.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잘 견뎌줘서 고맙고, 아내와 승격의 기쁨을 나눌 수 있어서 두 배로 좋다."
최영준의 아내는 지난해 12월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청천벽력 같은 선고. 최영준은 "젊은 나이인데 혈관 기형으로 간혹 그런 증상이 있다고 하더라. 뇌출혈이라고 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2~3개월 입원을 하고 지난 6월엔 '감마나이프' 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수술 경과를 확인한 게 K리그 어워즈를 3일 앞둔 날이었다. "정말 다행히도 경과가 좋았다. 앞으로 더 지켜봐야겠지만 상태가 괜찮다고 하니 베스트 미드필더 놓친 아쉬움은 정말 아무 것도 아니더라." 최영준은 소년처럼 밝게 웃었다.
그리고 웃을 일 또 한 가지. 구단 운영의 정상화였다. 최영준은 2011년 경남에 입단하며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15~2016년 안산에서 군 복무를 한 것을 제외하면 줄곧 경남에서만 뛰어온 '경남맨'이다.
최영준은 "2014년 구단의 강등 아픔도 아픔이었지만 이후 팀이 비정상적인 운영으로 곤두박질 치는 것을 안산에서 지켜봤다"며 "솔직히 말해 정말 화가 났다. 강등을 막지 못한 선수도 할 말은 없지만, 그래도 그건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경남은 전임 대표들의 방만한 운영, 심판 매수 등 각종 비위로 나락에 떨어졌다.
이젠 다르다. 최영준은 "김종부 감독님과 조기호 대표님이 오신 뒤 팀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 대표님은 대표라는 위치에도 선수들을 가족적으로 대해주신다. 내 결혼식 주례도 대표님이 봐주셨다"며 "팀 운영이 정상화되니 선수들도 걱정 없이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 다음 시즌도 정말 기대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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