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활을 걸었다." (이승엽 부산 감독대행)
"이럴 때 조심해야." (김태완 상주 감독)
경기 전부터 양팀 모두 비장할 수밖에 없었다. 승강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0대1로 기선을 빼앗긴 부산은 2골 이상 승리 외에 답이 없었다. 이승엽 대행은 선수단 미팅에서 "길은 하나뿐이다. 1년 고생한 결실을 맺자. 떠나신 조진호 감독을 생각해서라도…"라고 당부했다고 했다.
상주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 비기기만 해도 되는 유리함이 역효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태완 감독은 "무실점이 아니라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도록, 연장 승부도 각오하고 맞서자고 정신력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유가 다른 투지는 양팀이 다를 바 없었지만 간절함에서 부산이 앞섰던 모양이다. 부산이 극적인 반전을 이뤄내며 클래식에 복귀했다.
상주는 26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벌어진 K리그 클래식 승강PO 2차전 부산과의 경기서 승부차기 혈투 끝에 5-4로 승리했다. 1, 2차전 합계 1대1 동률을 이룬 가운데 승부차기에서 클래식행 막차를 타는데 성공했다.
이정협의 선물행진은 멈추지 않았지만…
상주와 부산은 경기 초반 무척 신중했다. 한번 삐끗하면 돌이킬 수 없는 패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긴장감은 넘쳤지만 거세게 충돌하지는 않았다. 이렇다 할 장면이 나오지 않을 때 물꼬를 튼 이가 있었다. 이정협이었다. 전반 14분 측면 크로스를 받기 위해 문전 쇄도하는 과정에서 상주 수비수 윤영선의 팔꿈치에 밀려 넘어지면서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이정협은 호물로에게 킥을 양보했고 2분 뒤 골그물이 출렁였다. 합산 1-1, 승부를 원점으로 돌린 천금골이었다. 위기에 빠진 부산을 살린 이정협의 선물이었다. 이정협은 수원 삼성과의 FA컵 준결승에서도 동점골로 승부차기 승리에 다리를 놓았고, 아산과의 챌린지 PO에서는 결승골을 장식했다. 지난 10월 14일 조진호 감독 별세 이후 첫 경기였던 수원FC전에서 결승골을 기록한 뒤 눈물의 세리머니를 했던 이정협의 선물행진은 이날도 계속됐지만 승부차기에서 울었다.
비디오 판독 풍년이었다?
이날 경기는 이례적으로 골 상황이 나올 때마다 비디오 판독(VAR)이 전개됐다. 그만큼 구경하는 축구팬들의 심장은 쫄깃해졌고 선수들의 희비도 교차했다. 부산의 선취골 발판이었던 이정협의 페널티킥 유도 장면부터 그랬다. 이정협이 정석화의 측면 크로스를 받기 위해 수비수 2명 사이를 비집고 쇄도하다 넘어졌을 때 심판이 제때 포착하지 못했다. 판독 결과 윤영선이 뒤에서 팔꿈치를 앞세워 미는 장면이 확인됐다. 후반 16분 상주 유준수가 골을 넣었을 때도 김성호 주심은 사각형 사인을 보였다. 판독 결과 김태환이 측면 크로스를 하는 순간 상주의 오프사이드. 골은 취소됐다. 승리에 다가서는 듯 했던 상주만 운 게 아니었다. 20분 또 VAR이 가동됐다. 호물로의 프리킥을 임유환이 헤딩을 했고 골키퍼 유상훈이 잘 막아낸 것을 박준태가 쇄도하며 밀어넣었다. 워낙 중요한 상황인 만큼 판독에 4분이 소요됐다. 결국 이 역시 부산의 오프사이드로 판정됐다. 골그물이 출렁거렸다 하면 위력을 발휘한 VAR이었다.
기록의 위력도 만만찮네
상주의 이번 승리로 역대 승강PO에서도 이색적인 기록이 작성됐다. 2013년부터 시작돼 5년째를 맞은 승강PO에서 챌린지 팀이 승격에 성공하는 전통은 깨졌다. 상주는 이번에 클래식 팀 최초로 승강PO 1차전에서 승리한 뒤 최종까지 통과해 처음으로 클래식팀이 진출하는 기록에 성공했다. 2015년 수원FC에 밀려 '챌린지 불패'의 희생양이었던 부산은 '챌린지 불패' 전통을 살리지 못했다. 이와 함께 상주는 1차전 승리 공식의 전통을 살렸다. 승강PO 사상 1차전에서 승리한 팀이 마지막에 웃지 못한 적은 없게 됐다. 반면 부산은 1차전 패배한 팀이 처음으로 반전에 성공하는 꿈을 꾸었지만 눈 앞에서 좌절했다.
상주=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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