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가 중요했던 것은 다 옛날 말이다. KBO리그의 외국인 타자 영입 풍속도가 많이 달라졌다.
두산 베어스는 지난 1일 새 외국인 타자 지미 파레디스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두산은 지난 2시즌 동안 함께 했던 닉 에반스와 과감한 결별을 하고 새로운 시도에 나섰다. 에반스는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때려낸 어느정도 검증된 타자다. '걸리면 넘긴다'는 위압감도 있고, 타율도 평균 3할 가까이 기록했다. 그러나 현재 두산에 필요한 타자는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비 포지션이 애매하고, 잔부상도 많아 쓰임새가 애매했다.
두산이 에반스 대신 택한 파레디스는 '만능맨'에 가깝다. 파워는 에반스보다 떨어진다. 메이저리그에서 통산 332경기를 뛰었지만, 그중 홈런은 20개 뿐이다. 두산이 주목한 것은 파레디스의 쓰임새다. 1,3루에 외야 수비까지 가능하고, 스위치 히터다.
민병헌이 팀을 떠났지만, 두산은 여전히 야수 뎁스가 두터운 팀이다. 검증된 에반스와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은 모험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팀 구성을 고려했을 때, 홈런을 몇개 더 쳐줄 수 있는 타자보다 세밀한 부분에서 보탬이 되는 타자가 낫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두산처럼 다른 구단들도 전체적으로 외국인 타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이제는 화려한 경력이나 홈런 파워를 중시하기 보다, 젊은 '5툴 플레이어'를 훨씬 선호한다. 외국인 타자가 중심 타선에서 1루 혹은 지명타자 포지션을 소화하며 '큰 거 한방'만 노리는 것보다, 발 빠르고 다양한 수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며 출루 능력이 빼어날 때 더 매력을 느낀다.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도 확 달라진 분위기다. 현재 KBO리그에서 뛰고 있는 외국인 타자들의 면면을 봐도 그렇다. 예전과 비슷한 '파워형' 타자는 윌린 로사리오나 재비어 스크럭스, 다린 러프 정도다. 이들은 올 시즌 3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들이다.
하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대부분 파워보다 다양한 특색에 초점을 맞춰 뽑혔다. KIA 타이거즈 로저 버나디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탄탄한 외야 수비로 이름을 날린 선수였다. 물론 올 시즌 홈런을 27개나 쳤지만, 구단의 기대치를 훨씬 뛰어넘는 뜻밖의(?) 수치다. 당초 계약을 할 때에는 빠른 발과 주루 센스, 수비를 고려해 영입을 했었다.
SK 와이번스 제이미 로맥이나 롯데 자이언츠 앤디 번즈, kt 위즈 멜 로하스 주니어 등도 최소 2개 수비 포지션이 가능하고, 수비 범위가 넓은 것이 최우선이었다. 주루 능력이나 컨택이 그 다음이었고, 파워는 후순위다. 그리고 이들 모두 특별한 고비 없이 다음 시즌 재계약을 마친 상태다. 그만큼 이제 구단들도 외국인 타자를 뽑을 때 멀티 능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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