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 회장 공석 상황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누군가 선뜻 나설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전임 이호준 회장(은퇴)이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논란이 된 메리트 문제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4월초 사퇴한 이후 선수협은 회장 공석 상태로 지금까지 왔다. 새로운 회장을 뽑아야 하지만 마땅한 인물이 없다.
선수협은 오는 5일 인천 남동체육관에서 총회를 연다. 10개팀 상조회장을 비롯해 400여명의 선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날 총회 주요 안건은 선수협 회장 선임 여부에 관한 것인데, 이 부분에 관해 아직 공식적으로 합의된 것이 없다. 특정 선수를 회장으로 선임하겠다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즉 새 회장을 뽑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이야기다.
선수협 김선웅 사무총장은 "앞서 언론 보도도 있었지만 지금 상태(회장 공석)로 가겠다는 분위기다. 각 팀 주장들이 이 부분에 공감을 하고 있다"며 "사실 적극적으로 나서서 하겠다고 하는 선수가 없다. 당분간은 집단지도체제다"고 밝혔다.
이호준 회장이 물러난 뒤 롯데 자이언츠 상조회장인 이대호가 자의반 타의반 새 회장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이 역시 없던 일이 됐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한때 얘기가 나왔지만 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결정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선수협 회장은 사실 희생하는 자리다.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들을 대표해 구단들의 일방적인 행보에 맞서 권리를 찾고 확대하는 조직의 수장이다. 각종 민감한 사안에 대한 선수들의 뜻을 하나로 모으고 대외적으로 여론을 움직일 수 있는 리더십도 발휘해야 한다. 쉬운 역할이 아니다. 올초 선수협이 메리트 문제로 홍역을 앓은 것은 선수들 전체의 뜻을 모으는데 있어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선수협 회장은 법적인 문제, 사회적인 정서, 경제적 상황 등 프로야구를 둘러싼 모든 부분들을 파악하고 챙겨야 하기 때문에 사실 운동에 집중하기 힘들다. 상조회장을 맡을 정도라면 팀에서 주력 선수의 위치에 있는 것인데, 본업인 운동 자체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팀이나 선수에게 모두 손해다. 물론 어느 구단이든 소속 선수가 선수협 회장이 되는 걸 반가워하지도 않는다.
프로야구 산업 규모가 커지면서 선수협이 해결해 나가야 할 사안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선수협 회장이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누가 회장이 되든 제대로 일을 하려면 본업 자체에 소홀해질 수 있다. 한 은퇴선수는 "선수협은 야구를 하는 조직이 아니라 선수들의 권익을 찾는 조직이다. 고참급 선수가 하되 꼭 팀의 주장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야구 실력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자격은 선수라고 하지만,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인사라면 꼭 선수여야 한다는 규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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