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울산종합운동장. '동장군'의 맹위가 절정이었다. A대표팀과 고려대 간의 연습경기가 펼쳐진 이날 낮기온은 섭씨 1도를 가리켰지만, 칼바람 속에 체감온도는 영하권으로 뚝 떨어졌다. 경기 전 그라운드에 물을 뿌리는 모습만 봐도 몸이 벌벌 떨릴 정도였다. 양팀 선수들 역시 연신 발을 구르고 몸을 비비면서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애썼다. 2017년 동아시안컵 출전을 앞둔 신태용호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에 관심이 쏠렸다.
축구계 관계자들의 눈은 다른 곳을 향했다. 고려대 측면 수비를 책임지는 '11번'의 활약상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평가를 내놓았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의 장남 신재원이 주인공이었다. 아버지가 이끄는 팀에 아들이 상대팀의 일원으로 도전장을 낸 것. 이색적인 축구 부자(父子)대결이었다.
올해 고려대에 입단한 신재원은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는 신예다. 지난달 열린 대학축구 U리그 왕중왕전 결승에서 팀 우승을 확정짓는 골을 터뜨리면서 주목을 받았다. 당시 신 감독이 경기 장소에 찾아와 아들을 격려하는 모습이 포착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신재원은 이날 후반 중반까지 뛰면서 '아버지의 제자'들이 펼치는 공세를 막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그라운드 위에서 '부정(父情)'을 앞세울 순 없었다. 신 감독은 쉴새없는 압박과 공격을 주문하면서 신재원이 지키고 있는 측면을 압박했다. 이날 A대표팀은 고려대에게 8대0 대승을 거두며 '신의 한 수'를 제대로 가르쳤다. 경기가 끝난 뒤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과정에서야 '아들'을 만난 신 감독의 얼굴이 풀렸다.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평가는 냉정했다. "(신재원은) 아직 대학생이다. 실력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더 자신있게 (플레이를) 하라. 추운데 수고했다'는 말을 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대표팀 감독이다보니 다 수긍하는 눈치더라"고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아버지의 그림자를 쫓는 아들,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마음 모두 한 가지다. 아들 신재원이 보여준 투지는 일생일대의 도전을 앞둔 아버지 신태용에게 둘도 없는 힘을 가진 응원이 될 것이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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