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
밤공기가 쌀쌀했으나 그라운드를 바라보는 열기는 대단했다. 이날 저녁 실시되는 북한 선수단의 2017년 동아시안컵 공식 훈련 장면을 보기 위해 한-중-일 취재진이 집결했다. 동아시아의 라이벌인 4개국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매 경기가 결승전과 다름없는 화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한-중-일 취재진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경우는 남자 대표팀 사령탑들의 공식 기자회견 정도다. 이후 매 경기를 전후해 열리는 자국 대표팀 훈련과 상대국 분석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북한을 향한 관심엔 국경이 없다. 폐쇄된 사회 구조 뿐만 아니라 최근 미사일 도발로 고조된 동아시아의 불안감은 경기장 바깥에서도 충분히 드러났다. 일본 현지 방송들은 지난 5일 북한 남녀 대표팀이 중국을 경유해 도쿄 하네다공항에 입국하는 장면을 시작으로 이번 대회에 나서는 남녀 대표팀의 일거수 일투족에 주목 중이다. 대북 독자제재를 시행 중인 일본 정부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점도 관심도를 끌어 올리는 모양새다. 중국 언론들도 한-일 양국에 비해 특별하지만 최근 어색해진 북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북한은 다른 선수단과 개별적으로 도쿄 모처의 호텔에 숙소를 정한 채 머물고 있다. 대북 독자제재 중인 일본 정부는 미사일 도발 등을 이유로 북한 선수단의 입국 승인 여부를 고심했으나, 국제대회인 점을 감안해 제한적으로 수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번 대회를 위해 방일한 북한 측이 개별적인 활용을 위해 물품을 구입하는 것은 허용되나, 출국시 소지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을 달아놓은 상태다. 또한 보안 인력을 호텔 주변에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이다. 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일정을 주관 중인 일본축구협회 측도 이날 도쿄 프린스호텔에서 열린 참가국 감독 4인의 공식 기자회견에 앞서 "대회 관련 질문만 해달라"며 신경을 쓰는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 선수단이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모든 시선이 그라운드로 쏠렸다. 북한 선수들은 이번 대회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훈련 초반 진행된 스트레칭을 마치자 각 조를 이뤄 미니게임을 하면서 몸을 풀다가 벌칙자가 정해지면 '와~'하는 함성 소리와 함께 장난을 주고 받았다. 경직된 바깥의 분위기와 선수단 내부의 온도차는 확연했다.
하지만 '마지막 한 꺼풀'은 결국 벗겨지지 않았다. 대회 개최국 자격으로 운영을 주관하고 있는 일본축구협회 관계자는 "믹스트존은 팀이 결정할 부분인데 (북한 선수단이) 답변을 주지 않고 있다. 확인해보겠다"고 자리를 떠나더니 이내 돌아와 두 팔로 'X' 표시를 하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50여명의 한-중-일 취재진은 이미 예상했다는 듯 자리를 뜨면서 저마다 북한의 이번 대회 전망을 내놓기에 바빴다.
오는 9일 오후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릴 북한-일본전, 홈팀 일본의 일방적인 응원 분위기가 예상되나 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를 중심으로 한 응원전도 펼쳐질 전망이다. '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였던 북한 선수단이 과연 그라운드 안에서 '유쾌한 도전'으로 일본을 놀래킬지 지켜볼 일이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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