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짜, 그 형 참 이상한 사람이에요!"
10일 대전 충무체육관. 한국전력과의 대결을 앞두고 '상남자'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42)의 표정에 수줍은 미소가 한가득 퍼졌다. 웃음이라곤 모를 것 같은 구릿빛 피부에 날렵한 턱선. 과거 '갈색 폭격기'라 불리며 코트를 지배했던 사나이. 그런 그가 전투를 앞두고 소년처럼 웃는 모습이라니. 참아보려 애써보지만 한 번 번진 미소는 좀처럼 사그러들 줄 모른다. 신 감독을 부끄럽게 한 문제의 '그 형'은 바로 '적장' 김철수 한국전력 감독(47)이었다. 사연이 있다.
김 감독의 메신저 프로필 사진이 '사건의 발단'이었다. 김 감독은 신 감독과 다정한 어깨동무 포즈로 찍은 사진을 프로필에 걸었다. 그 뒤의 배경사진까지 신 감독과 찍은 사진으로 도배를 했다. 마치 연인들이 사랑을 담벼락에 새기듯, 김 감독은 신 감독과의 달콤한 순간을 만천하에 공개했다. 그 사진이 걸린 건 지난달 중순의 일. 제법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신 감독의 얼굴은 화끈거린다. "아 진짜 프로필에 그 사진은 왜 걸어놓느냐고…."
정작 '범인'은 태연하다. 김 감독은 여유있는 미소로 답했다. "리그 초반 팀이 잘 안 풀릴 때 기운 좀 받으려 한 거죠." 당시 삼성화재는 연승가도, 한국전력은 가시밭길을 걷고 있었다. 잘 나가는 신 감독의 기운을 받아볼 요량이었다는 설명. 한 마디로 '부적'과 같은 의미의 사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이는 김 감독의 일방적 진술. 단순 부적이라 하기엔 사진 속 둘의 표정에 애정이 한 가득인데다 이런 사진을 프로필로 설정하는 건 '남자의 세계'에서 흔치 않다. 아이가 있는 아빠라면 더욱 그렇다.
신 감독도 해명(?)에 나섰다. "그 때 우리 팀 분위기가 참 좋았고, 한국전력이 힘들 때였다. 같이 술 한 잔 하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고 (김)철수 형 기 좀 살려줄까 했다." 이어 "그런데 효과가 있더라. 같이 한 잔 하고 다음 경기가 KB손해보험전이었던 것 같은데 그 경기를 잡더니, 다음 경기를 또 이기더라"라고 했다.
애써 담백한 척 해도 둘은 배구계에 소문난 '절친'이다. 무려 27년을 이어온 우정. 신 감독이 15세 되던 해인 1990년에 서로를 알았다. 신 감독은 자신이 몸담고 있던 전주 덕진중 배구팀이 해체되면서 익산 남성중으로 전학을 갔다. 그 때 김 감독은 남성고 소속 선수였다. 남성중과 남성고는 같은 재단의 학교로, 두 학교 배구부는 같은 체육관을 사용했다. 이후 김 감독과 신 감독은 성균관대에서도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형제애에 가까운 선후배로 오랜 동안 정을 쌓아왔다.
한껏 오그라들었던 손발이 풀려갈 즈음 신 감독이 정신을 다잡는다. 신 감독은 "철수 형이 기를 너무 빼앗아간 것 같다. 집중력을 다 해 경기를 치를 것"이라며 갈기를 세웠고, 김 감독 역시 "아무리 좋아해도 공과 사는 확실하다"며 승부욕을 감추지 않았다.
우정의 온도만큼 뜨거웠던 접전의 승자는 김 감독이었다. 한국전력은 세트스코어 3대1(25-19, 26-28, 25-20, 25-23)로 삼성화재를 꺾고 연패에서 탈출, 상위권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경기 후 김 감독은 '2연패'에 빠진 신 감독을 두고 "이젠 내가 기운을 주러 가야겠다. (신 감독이) 능력 있는 감독인 만큼 다시 잘 일어설 것"이라고 했다.
대전=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2017~2018시즌 도드람 V리그 전적(10일)
남자부
한국전력(6승9패) 3-1 삼성화재(11승4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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