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밀집수비는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다. 앞선 일본과의 첫 경기서 떨친 위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요른 안데르센 북한 대표팀 감독은 일본전에 선발로 나섰던 11명의 선수를 그대로 기용했다. 전술 역시 변화가 없었다.
신태용 A대표팀 감독이 내놓은 해법은 '공간파괴'다. 발이 빠르고 돌파에 능한 진성욱(제주)을 원톱 자리에 세웠다. 2선에는 변화가 있었다. 이재성(전북 현대)이 오른쪽 측면에 서고 왼쪽에는 그동안 윙백으로 기용됐던 김민우(수원 삼성)가 오랜만에 공격에 나섰다. 정우영(충칭 리판이) 수비, 이창민(제주)이 공격으로 역할을 분담하는 중원 조합도 들고 나왔다.
수비라인은 지난 10월 A매치 2연전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변형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좌우 윙백 자리에 김진수(전북 현대) 고요한(FC서울)을 포함시켰다. 3명의 센터백 자리엔 권경원(톈진 취안젠) 장현수(FC도쿄)에 발빠른 정승현(사간도스)을 포함시켰다. 중국전에서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이 지켰던 골문은 조현우(대구)가 섰다.
전반 45분, 신 감독의 전략은 '사실상 실패'였다. 전반 32분까지 원톱 김유성을 제외한 9명의 선수들이 자기 진영을 지킨 북한을 전혀 공략하지 못했다. 공격적인 빌드업과 2대1 패스를 통한 공간 파괴를 강조해왔으나 북한의 협력수비에 번번히 막히며 볼 주도권을 넘겨줄 뿐이었다.
세트피스 역시 실망스러웠다. 총 5회의 코너킥, 프리킥 찬스가 나왔으나 북한 골문에서 위협적인 장면은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킥 정확도를 떠나 '목적'이 불분명한 패스가 이어진게 아쉬웠다. 콤비네이션 뿐만 아니라 루즈볼 대응 등 전체적인 틀이 보이지 않았다.
북한은 전반 32분 역습을 마친 뒤 수비라인을 센터서클까지 끌어 올리며 변화를 시도했다. 자신감의 반로였다. 이후 공격의 주도권은 북한 쪽으로 넘어갔다. 결정력 부재라는 고질병을 안고 있는 북한의 공격 전력 탓에 위협적인 장면이 나오진 않았으나 중국전에 이번에도 전술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부분은 후반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그나마 빛난 것은 이재성이었다. 전방에서 중앙, 측면 연계고리 역할을 하면서 분주히 뛰어 다녔다. 상대 수비라인 뒷공간으로 치고 들어가는 돌파로 수 차례 문전 찬스를 만들어냈다. 전반 27분엔 이창민의 오른발슛으로 이어지는 헤딩 패스를 연결하면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중국전 무승부로 흔들린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선 북한전 승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후반 45분, 신태용호의 반전을 기대해본다.
도쿄(일본)=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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