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열린 생태계 구조다. 매년 신인 선수들이 들어와 팀의 미래 자원이 되곤 한다. 하지만 신인 선수들이 모두 팀의 주력으로 성장하는 건 아니다. 어떤 팀은 신인 자원을 잘 키워내 전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반면, 어떤 팀은 빼어난 잠재력을 지닌 신인들을 영입하고도 제대로 키워내지 못한다.
신인왕 배출 현황에 팀별 육성 능력이 드러나 있다. 일부 구단은 신인왕을 번갈아가며 탄생시키는가 하면, 어떤 구단에서는 수 십 년째 신인왕 수상자가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10년간(2008~2017년) KBO리그 신인왕 수상자는 넥센 히어로즈(3회)와 삼성 라이온즈(3회), 두산 베어스(2회), NC 다이노스(2회) 등 4개 구단에서 나왔다. 나머지 구단은 신인왕 배출 기근에 시달린다. kt 위즈는 1군 진입 후 3년간 한 번도 신인왕 수상자를 올리지 못했고, 한화 이글스는 2006년 류현진 이후 11시즌 째 신인왕을 내지 못했다. SK 와이번스도 2000년 투수 이승호 이후 17년째 감감 무소식이다.
그나마 한화와 SK는 나은 편이다. LG 트윈스는 20년 전인 1997년 외야수 이병규가 마지막 신인왕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1992년 투수 염종석 이후 25년 동안 신인왕이 나오지 않았다. 올해 통합 우승을 차지했지만, KIA 타이거즈도 신인왕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예 팀의 전신인 해태 타이거즈 때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무려 32년 전인 1985년에 외야수 이순철이 신인왕을 받은 게 마지막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경향성이 팀 성적에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미친다는 데 있다. 비록 올해 신인왕 이정후를 배출한 넥센이 정규리그 7위에 그쳤지만, 최근 10년간 4번이나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한국시리즈 준우승 1회를 기록했다. 삼성도 최근 2년 연속 9위로 체면을 구겼지만 최근 10년간을 돌아보면 포스트시즌에 7차례 진출해 한국시리즈 우승 4회와 준우승 1회의 엄청난 성과를 이뤄냈다. 두산은 8회의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우승 2회, 준우승 2회를 기록했다. NC도 이런 식으로 최근 10년간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왔다.
물론 이런 영향력이 절대적인 건 아니다. SK와 KIA는 오랜 시간 신인왕을 배출하지 못했지만, 최근 10년간 각각 한국시리즈 우승을 2차례씩 성취했다. 재미있는 공통점이 있다. 두 팀은 비록 신인왕 수상자를 배출하는 데는 실패했어도 훗날 팀 우승의 핵심이 되는 신인 선수들은 키워냈다. 김광현 최 정 이재원(이상 SK)이나 양현종 안치홍 김선빈(이상 KIA)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LG, 롯데의 경우 수많은 유망주들을 영입했음에도 현재 이렇다 할 간판 선수로 키워내지 못했다. 과거 화려한 시절을 경험한 적도 있었지만, 이후 긴 시간 암흑기를 거친 여러 이유 중 하나도 이러한 육성 정책의 실패에 있다. 이병규와 염종석이 신인왕을 받았을 때가 바로 이 두 팀의 가장 빛났던 시기라는 점은 많은 걸 시사한다. 신인 육성 정책의 방향에 관해 근본적인 고민을 해봐야 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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