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에 겨울한파가 매섭다. 이럴 땐 설산도 아름답지만 겨울바다의 운치에 젖어드는 것도 매력 있다. 특히 연말 조용한 포구에 깃들어 황혼의 노을을 마주하는 것은 한해를 정리하기에 괜찮은 여정이 된다. 해넘이가 장관인 서해의 겨울바다는 새조개, 굴 등 미식거리도 풍성하니 발품이 아깝지 않을 여행지가 아닐 수 없다.
이즈음 충남 보령, 홍성 등 천수만을 찾으면 귀한 제철 별미를 맛볼 수가 있다. 새조개가 그것이다. 천수만에서 12월부터 3월초까지 형망(끌방)으로 잡히는 새조개는 이동 시 물을 뿜으면서 거의 1m 정도를 움직일만큼 활동성도 뛰어난 조개다.
새조개는 다양한 별칭이 따른다. 우선 속살이 새의 부리를 닮았다고 해서 '새조개', 부산과 창원 등지에서는 갈매기조개, 하동, 남해에서는 오리조개, 여수지방에서는 도리가이로도 불린다. 또 해방 무렵 경남 해안에서 집중적으로 잡혀 중요 수입원이 되었을 때에는 '해방조개'라고도 불렸다.
새조개는 겨울을 나기위해 통통해진 이 무렵이 제철이다. 살집이 크면서도 부드러워 통째로 물에 데쳐 먹거나 구워 먹는 게 보통인데, 입 안 가득 연하게 씹히는 맛이 일품이다. 산지나 도시의 주요 횟집에서는 주로 끓는 물에 살짝 데쳐 먹는 '샤브샤브'를 많이 낸다. 냄비에 무, 대파, 팽이버섯, 마늘 따위 야채를 듬뿍 넣고 펄펄 끓인 뒤 여기에 새조개 살을 담가 살짝 익힌 뒤 초고추장에 찍어 김에 싸서 먹는 맛이 일품이다. 조개를 데쳐 먹은 야채국물엔 칼국수나 라면을 넣어 끓여 먹는데, 이 맛 또한 별미다. 산지 포구 횟집에서는 간혹 바닷물에 절인 싱싱한 김치를 내놓는데, 데친 새조개를 잘 익은 아삭한 김치에 싸먹는 맛도 색다르다.
이밖에 새조개는 초밥재료나 회감, 구이 등으로도 즐겨 먹는다. 또한 말리거나 육수를 내어 조미료 대용으로도 활용한다.
새조개는 자산어보에도 등장 했을 만큼 일찌감치 우리 조상들의 식탁에도 올랐던 패류다. 자산어보에는 '작합(雀蛤)', 속명 '새조개'라고 적시 되어 있으며, "큰 것은 지름이 4, 5치 되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그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하여 참새가 변하여 된 것이 아닐까 의심스럽다"고 적고 있다.
한편 국내 최고의 새조개 미식기행지로는 충남 홍성 남당리 포구를 꼽을 수 있다. 남당항에서는 1월 중순부터 2월초 사이 '남당리 새조개 축제'를 열만큼 대표적 새조개 산지로 통한다. 남당리가 새조개로 이름을 날리게 된 것은 그리 오래지 않았다. 마을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 1991년 포구 앞바다에서 갑자기 새조개가 나기 시작했고, 외지에서 배가 들어와 채취를 시작하고 부터야 이곳이 새조개 산지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특히 외지에서 온 배가 새조개 잡이로만 하루 4000~5000만원씩 벌어 가자 마을 어촌계에서 어로권을 접수했고, 이후 남당리가 새조개 산지로 유명세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값비싼 새조개는 그 해 작황에 따라 가격이 들쭉날쭉한 편이다. 대략 껍질을 깐 새조개 1㎏(2인분, 20마리 정도)이 6만 원 수준이다. 1㎏을 주문해도 내장을 빼고 실제로 냄비에 들어가는 양은 600g 정도 된다.
한편 천수만 인근은 별미와 낙조 등 겨울 여행의 재미가 듬뿍 담긴 곳이다. 특히 낙조 여행지로 간월암을 빼놓을 수가 없다. 서해안고속도로 홍성IC에서 빠져 나와 서산 방조제 쪽으로 15분 정도를 달리면 손바닥만 한 작은 섬 간월도에 자리한 암자, 간월암이 나선다. 해넘이가 백미로, 인근 포구에서 새조개, 굴구이 등을 맛보며 낙조미식기행을 즐길 수 있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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