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내가 어떤 위치인지 생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차려진 LG 트윈스 스프링캠프. 그라운드가 아닌, 배팅 케이지 뒤에 펑고 배트를 들고 서있는 모습이 영 어색한 사람이 1명 있다. 바로 '적토마' 이병규 코치다.
2016 시즌을 마치고 은퇴한 후 지난해에는 해설위원으로 일했다. 그러다 류중일 신임 감독의 부름을 받고 코치 계약을 체결했다. 류 감독은 초보 코치를 1군 스프링캠프에까지 불렀다. 이병규가 선수들과 어떻게 소통하고, 지도하는지 보기 위해서다. 스프링캠프를 거치고 이병규의 최종 보직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1군 보조 아니면 2군 메인 코치 자리 중 하나가 이병규의 차지가 된다.
LG팬들은 줄무니 유니폼을 입은 이병규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마음이 들 것이다. 여전히 선수같다. 현역 시절 몸매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훈련을 하는 게 아닌, 훈련을 하는 선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위치가 됐다. 이 코치에게 "아직도 마음은 저쪽에 가있는 것 아니냐"라고 묻자 "당장 뛰라고 해도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며 웃었다.
이내 진지해진 이 코치는 "솔직히 선수로 더 뛰고 은퇴를 하고 싶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코치로 다시 유니폼을 입었다. 그런데 언제까지 선수 시절 생각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내가 어떤 위치인지 생각을 해보니, 그 미련들이 다 사라지더라. 나는 이제 코치다. 선수들을 성장시키는 역할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밝혔다.
워낙 스타 플레이어 출신이다 보니, 초보 코치인데 그의 보직이 큰 이슈가 됐다. 이 코치는 "어떤 자리든 감사하다. 시켜주시면, 어디에서라도 열심히 하겠다"고 말하며 "1군 보조 코치가 된다면, 아무래도 1군 선수단과 함께 호흡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경식 코치님을 열심히 보좌하며 공부도 할 수 있다. 반대로 2군 메인코치가 되면 내가 설정한 방향으로 선수들을 키워볼 수 있으니 그것도 매우 보람될 것 같다. 정말 두 자리 모두 매력이 있어 어떤 자리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못하겠다. 감독님께서 잘 정해주시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류 감독이 이 코치에게 기대를 거는 건 선수들과의 소통. 은퇴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선수들이 형처럼 따를 수 있는 코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선수 시절, 워낙 대선배고 카리스마가 있어 후배들이 어려워한 부분도 없지 않았는데 이번 캠프에서 선수들과 격없이 지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농담도 하고, 장난도 치며 선수들 분위기를 풀어줬다. 물론, 선수들이 배팅을 할 때는 날카로운 눈으로 타구들을 응시했다.
선수 시절에는 최고의 스타였지만, 이제는 영락없이 막내 코치다. 이 코치는 "차근차근 배워나가겠다. 그래서 이번 스프링캠프에 참가하게 된 것도 기쁜 마음"이라고 말했다.
피닉스(미국 애리조나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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