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많이 의지했고 믿었던 우리 엄마…."
최다빈은 말을 잇지 못했다. 눈가엔 작은 눈물이 맺혀있었다. 그래도 이내 밝게 웃었다. "날 믿어주셨던 엄마가 있어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것 같다." 올림픽 데뷔 무대에서 얻은 개인 최고점,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에게 바친 최다빈의 선물이었다.
최다빈이 첫 올림픽 무대에서 개인 베스트를 새로 썼다. 최다빈은 11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팀 이벤트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37.16점에 예술점수(PCS) 28.57점을 합쳐 65.73점을 얻었다. 최다빈은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2018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피겨선수권대회에서 세운 시즌 최고점(62.30점)을 넘어 본인의 ISU 쇼트프로그램 공인 최고점(62.66점)을 경신했다.
최다빈은 독일의 니콜 스콧에 이어 6번째로 연기를 펼쳤다. 프로그램 '파파 캔 유 히어 미'(Papa Can you Hear Me)의 선율에 맞춰 애절한 연기를 시작했다. 그는 첫 번째 점프 과제인 트리플 러츠-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를 깔끔하게 처리했다. 이후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과 플라잉 카멜 스핀을 우아하게 연기했다. 최다빈은 가산점이 붙은 후반부에 트리플 플립을 클린 처리하며 순조롭게 이어갔다. 마지막 점프 과제인 더블 악셀도 완벽하게 해냈다. 최다빈은 스텝 시퀀스와 레이백 스핀으로 연기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두주먹을 불끈 쥐었던 최다빈은 키스앤크라이 존에서 점수를 확인한 후 감격해했다. 최다빈에게 지난해는 아픔이었다.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한국 피겨 사상 최초로 금메달을 거머쥐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톱10에 진입하는 등 승승장구 하던 최다빈이었다. 좋은 일만 가득할 것 같던 그에게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해 6월 어머니가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최다빈은 큰 슬픔에 한동안 운동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대로 주저 앉지 않았다. 역경을 이겨낸 최다빈은 평창올림픽 선발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당당히 올림픽 무대에 섰다. 지난달 대만에서 열린 4대륙 선수권에서 시즌 최고점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간 최다빈은 처음 출전한 올림픽 무대에서 한치의 실수도 없이 깔끔한 연기를 펼쳤다. 이런 과정을 모두 지켜본 신혜숙 코치는 최다빈의 연기가 완벽히 마무리되자 감격해하기도 했다.
사실 최다빈은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연습 때 점프가 불안정하기도 했고, 몸상태도 100%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긴장감이 극에 달했다. 엄마는 떠났지만, 그에게는 신 코치와 동료들, 그리고 그를 응원하는 팬들이 있었다. '자신을 믿고 하라'는 신 코치의 말을 가슴에 새긴 최다빈은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그는 "개인 최고점은 너무 놀랐고 생각지도 못했다. 후회없이 연기해서 만족스러웠다"고 했다. 이어 "많이 호응해주신 팬들 덕분에 끝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함께 응원해준 동료들은 더 돈독해진 것 같다"고 팬과 동료들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제 최다빈의 눈은 개인전을 향하고 있다. 최다빈은 "컨디션이 아직 4대륙때 보다는 별로다. 점프가 불안한게 몇개 있다. 개인적으로 더 올려야 한다"며 "개인전에서도 최선을 다해 이번처럼 후회없이 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도전에 나서는 길목, 그의 가슴 속에는 늘 딸을 믿어주셨던 엄마가 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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