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경기 1득점 20실점.
스위스, 스웨덴에 이어 일본전까지, 변명의 여지 없는 완패였다. 단일팀은 14일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일본과의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3차전에서 1대4로 패했다. 1차전 스위스전에서 0대8, 2차전 스웨덴전에서 0대8로 무너진 단일팀은 3전 전패로 조별리그를 마쳤다. 일본전 투혼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그 전까지 단일팀을 바라보는 여론은 곱지 않았다. '북한 선수들의 가세로 급조된 영향이 컸다'는 반응이 많았다. 냉정히 살펴보자. 단일팀이 아니었다면 달라졌을까.
지난 경기들을 돌아보자. 우리가 무언가를 해보기에는 상대가 너무 강했다. 스위스전에는 초반 5분 가까이 오펜시브존(공격지역)에 가지 못했을 정도로 밀렸다. 머리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한 부분이 컸다"고 했지만, 실은 선수 개개인의 실력 차가 워낙 컸다. 스위스전을 지켜본 아이스하키 관계자 역시 "스위스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4골을 넣은 알리나 뮬러를 비롯해, 3피리어드 9분42초 엄청난 원타이머를 보여준 라라 슈탈더, 2골을 넣은 포베 스탠츠, 3개의 도움을 올린 사라 벤츠 등은 클래스가 달랐다. 우리 선수들이 상대할 수준이 아니었다.
스웨덴전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인기에서 차이가 너무 컸다. 특히 상대의 강력한 포어체킹에 완전히 말렸다. 디펜시브존(수비지역)에서 퍽을 소유하고 빠져나가는 움직임을 브레이크 아웃이라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 완벽히 실패했다. 상대의 강력한 압박에 움직이지 못하니까 준비한 패턴이 나타나지 않았다. 수비부터 나가질 못하니 공격이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그나마 일본전에서는 몸싸움에서 대등한 모습을 보이며 선전을 펼쳤다. 하지만 냉정하게 정신력으로 만든 내용이었다. 이번 대회 들어 가장 좋은 컨디션을 보인 신소정 골리의 선방이 없었다면 더 많은 실점을 할 수 있었다.
당연한 결과라고 보는 게 맞다. 스위스는 세계 6위, 스웨덴은 세계 5위, 일본은 세계 9위다. 일본과의 저변을 비교해보자. 2회 연속 올림픽 자력 출전에 성공한 일본 여자아이스하키의 등록선수는 2587명에 달한다. 한국은 319명에 불과하다. 한국은 중, 고등학교, 대학교, 실업까지 한개의 팀도 없다.
물론 북한 선수들이 들어오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냉정히 말하면 우리 선수들끼리 나왔다 하더라도 비슷한 스코어로 패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회 들어 단 한차례도 바뀌지 않았던 1라인이 크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는 점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한국 선수들로만 구성된 1라인은 이번 대회 단 한골도 만들지 못했다. '에이스' 박종아는 3경기서 단 1개의 슈팅 밖에 하지 못했다.
오히려 머리 감독은 밖에서 보는 것보다 북한 선수들의 능력에 더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정수현은 지난 스위스전 파워플레이조에 포함됐다. 북한 선수 쿼터에 상관없는 파워플레이조에 넣었다는 것은, 개인 능력에서는 한국 선수들보다 낫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리 감독은 분위기 반전이 절실했던 일본전에 4명의 북한 선수들을 넣는 것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물론 팀플레이가 중요한 아이스하키인만큼 갑작스러운 변화는 분명 부정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완패의 진짜 이유는 우리의 실력 부족이다. 그렇다고 부끄러워 할 것은 없다. 이번 대회에서 매서운 모습을 보인 일본은 1998년 나가노 대회에서 단일팀과 마찬가지로 개최국 자격으로 첫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일본은 당시 대회에서 5전 전패를 당했다. 5경기에서 2골을 넣었고 실점은 45점에 달했다. 일본은 나가노 대회를 기점으로 많은 투자와 관심을 쏟았고, 이번 대회에서 올림픽 첫 승리를 챙기며 그 결실을 맺고 있다.
단일팀을 두고 왈가왈부하는 건 이제 아무 실익없는 소모적인 논란일 뿐이다.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건 이번 올림픽을 통해 받은 관심을 발판으로 여자 아이스하키의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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