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제로에서 출발한다는 생각 뿐이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가 통합 우승을 거둘 수 있던 비결 중 하나는 바로 막강한 공격력이었다.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팀 타율이 3할을 넘길 정도로 엄청난 화력을 자랑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바로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가 있었다. 그는 지난해 139경기에서 타율 3할2푼에 27홈런 111타점을 기록했다. 도루도 32개나 보탰다. 이런 버나디나가 버틴 KIA 중심타선은 상대 투수들에게 공포심을 느끼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일들은 모두 과거의 것일 뿐이다. 지난해 아무리 잘 했다고 해서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는 보장은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준비해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있을 시간이 없다. 다행히 버나디나는 바로 이런 원칙을 확실히 깨닫고 있는 선수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통해 버나디나가 올해 또 새로운 각오를 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현재 오키나와에서 팀 훈련을 이끄는 KIA 코칭스태프는 이구동성으로 "버나디나의 몸상태가 작년 이맘때보다 훨씬 좋다. 오프시즌에 운동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잘 준비해서 캠프에 합류한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김기태 감독 또한 "작년에는 캠프 초반에 몸이 좀 안 좋았는데, 올해는 본인이 매우 의욕적으로 훈련을 소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확실히 버나디나는 지난해와는 다른 각오로 올해 캠프에 임하고 있다. 그는 "작년에 좋은 기록을 세웠지만, 다 지난 일이다. 나는 올해 제로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뿐"이라고 말했다. 과거는 잊고 새로운 시즌에만 집중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거의 것을 무조건 잊는다고 좋은 건 아니다. 경험을 통한 노하우는 남겨놔야 한다. 버나디나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이를 비시즌 훈련에 반영했다.
버나디나는 "지난해 풀타임 시즌을 치르면서 체력과 건강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래서 이번 캠프에 합류하기 전에 하체 및 코어 보강 운동을 많이 했다. 지금도 그 부분에 많이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하체가 강해야 좋은 성적도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잊을 건 잊고, 남길 건 남긴 버나디나가 과연 올해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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