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이 실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깜짝 은메달' 차민규(26·동두천시청)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차민규는 19일 오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장에서 펼쳐진 평창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에서 34초42의 올림픽 신기록와 함께 은메달 쾌거를 썼다.
절대 강자가 없는 500m는 격전지였다. 차민규는 14조 아웃코스에서 캐나다의 길모어 주니오와 격돌했다. 첫 100m를 9초63, 500m 구간을 올림픽 신기록 34초42로 통과했다. 중간순위 1위에 우뚝 섰다. 이후 18조까지 4조를 남겨둔 상황, 팬들은 피가 마르는 기분으로 메달을 기다렸다. 마지막 3조를 남겨두고 16조의 노르웨이의 하버드 로렌첸이 34초41을 기록했다. 차민규를 불과 0.01초 앞섰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더 이상 차민규의 적수는 없었다. 소치올림픽 이 종목에선 네덜란드가 금, 은, 동메달을 모두 휩쓸었다. 평창에선 달랐다. 노르웨이의 로렌첸이 금메달, 차민규가 은메달, 중국의 가오 팅유(34초65)가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빙속강국' 네덜란드가 포디움에 오르지 못하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포디움에 오른 차민규를 향해 안방 팬들의 뜨거운 환호성이 쏟아졌다. 차민규가 승리의 V자를 그려보였다.
차민규는 ""지금 은메달을 땄는데 너무 기뻐서 정신이 없다"며 "조금 아쉽긴 아쉬운데 목표 달성해서 기분이 좋다. 생각했던 기록 보다 더 빨리 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지만 곧바로 다음 주자에 의해 역전을 당했다. 그는 "메달권이라 생각했다. 잘하면 금메달이라고 생각했다"며 "상대방이 실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간절히 기도했다. 하지만 다음조에서 기록을 깼다. 그때 순위가 바뀌고 나서 아쉬웠는데 내 목표는 순위권이여서 감사했다. 덤덤했다"고 웃었다.
강릉=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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