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울산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 현대-가와사키 간의 2018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F조 2차전. 가와사키가 1-2로 뒤지던 후반 추가시간 코너킥 상황을 바라보던 관중들 사이에서 "와~" 하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가와사키 골문을 지키던 정성룡이 공격에 가담한 것. 마지막 순간 동점골을 만들기 위해 골문을 비우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하지만 두 차례 이어진 가와사키의 코너킥 찬스는 울산 수비에 막혀 무위로 돌아갔고 경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오니키 도루 가와사키 감독은 "나와 선수(정성룡)의 의견이 일치했다. 마지막 플레이 상황이었고 득점을 노려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정성룡은 경기 뒤 "감독님이나 나나 '올라가자'는 판단을 했다. 한 골 싸움이라는 생각을 했다"며 "언젠가는 헤딩으로 한 골 넣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올림픽 대표 시절이던 지난 2008년 이라크와의 친선경기에서 '골킥'으로 득점을 올렸던 장면을 빗댄 농이었다.
정성룡은 지난해 0점대 방어율을 자랑하면서 가와사키의 J1(1부리그) 우승에 지대한 공헌을 했다. 하지만 울산전에서는 수비 실수가 겹치면서 2실점을 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이날 김해운 A대표팀 골키퍼 코치가 자신의 활약상을 지켜보기 위해 찾은 점을 되새겨보면 아쉬움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정성룡은 실점 장면에 대해 "경기 중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며 "결과적으로는 내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할 수밖에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제일 아쉬운 것은 팀이 승점을 얻지 못한 것"이라며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아 있다. 다음 경기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짚었다.
오랜만에 선 국내 무대에서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정성룡은 믹스트존을 빠져나간 뒤 사인을 요청하는 팬들과 일일이 손을 맞잡으며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정성룡은 "일본 생활을 하면서 팬들의 소중함을 더 느끼게 되는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러시아행을 향한 경쟁은 현재진행형이다. 2010년 남아공, 2014년 브라질에서 골문을 책임진 정성룡의 풍부한 경험은 경쟁의 플러스 요인이다. 정성룡은 "태극마크를 짊어진다는 것 만으로도 영광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지금은 소속팀에서의 활약만을 생각해야 한다. 내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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