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역전극은 없었다.
지난 19일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원윤종(33·강원도청) 서영우(경기도BS경기연맹)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가득했다. 메달을 노리던 봅슬레이 2인승은 6위에 그쳤다. 당시 원윤종은 자책했다. "감독님, 코치님들 많이 노력했다. 서영우도 파일럿을 믿고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스타트도 잘 나왔는데 (주행에서) 내가 잘못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4인승이 남아있었다. 서영우는 "4인승이 남아있다. 긴장하고 실수한 것도 경기의 일부다. 2인승 성적은 빨리 잊고 4인승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4인승은 올림픽 금메달을 기대하기 힘든 종목으로 평가받았다. 국제무대에서 보여준 것이 없었다. 2015~2016시즌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2인승에 비해 15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올 시즌 성적도 저조했다.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1, 2차 월드컵에서 각각 11위와 10위에 그쳤다. 메달 가능성은 전무해 보였다.
하지만 이 용 봅슬레이·스켈레톤대표팀 총감독(40)의 생각은 달랐다. 지난해 12월 초부터 지난달까지 훈련한 결과 스타트만 줄이면 충분히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2월 초만 해도 이 감독의 말을 의심하는 이가 더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자 이 감독의 얘기가 허언이 아님이 입증되고 있다. 4인승에는 기존 원윤종 서영우에 김동현(31) 전정린(30·이상 강원도청)이 가세한다. 연습 기록이 고무적이다. 지난 21일 1, 2차 연습주행에선 각각 49초78(14위)와 49초53(4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22일 벌어진 3, 4차 연습주행에선 0.2~0.3초까지 더 줄였다. 이날 첫 번째 주행에선 49초20, 두 번째 주행에선 49초33을 찍었다. 3, 4차 1위를 차지한 오스트리아의 벤자민 마이어 조와 독일의 프란체스코 프리드리히 조에 각각 0.13초차, 0.07초차밖에 나지 않았다.
파일럿 원윤종의 드라이빙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원윤종은 2인승 공식훈련 2차례를 포함해 본 경기 4차례, 4인승 훈련 4차례 등 평창 트랙을 10차례 타면서 감각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5초대 초반의 스타트만 4초대로 끌어내리면 충분히 깜짝 금메달도 노려볼 수 있는 상황이다.
원윤종은 "다른 팀들이 러너(썰매 날)를 얼마나 거칠게 또는 부드럽게 한 채 연습했는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며 "그래도 우리 기록 정도면 괜찮은 편"이라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이어 "내가 원하는 최적화 한 라인대로 탔다. 이렇게 주행감이 좋으면 기록도 잘 나올 수 있다"며 웃었다.
서영우는 "많은 사람이 2인승에 비해 4인승이 약하다며 메달권에 들기 힘들다고 하는데 그동안 4인승에서 좋은 모습이 안 나와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이를 악물고 많이 노력했다. 우리(4인승 멤버)도 욕심이 있으니 후회 없이 경기하겠다"고 다짐했다.
24일 1, 2차 시기로 막을 올리는 봅슬레이 4인승 경기는 25일 3, 4차 시기 합산 기록으로 최종 순위가 가려진다. 과연 한국 남자 봅슬레이 팀이 대회 폐막일에 깜짝 금메달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평창=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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