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가 충격의 개막 7연패에 시름하고 있다. 지난해 후반기 대약진으로 정규리그 3위를 차지했던 강팀의 추락.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롯데의 부진이기에 더욱 놀랍다. 벤치 분위기는 무겁고, 선수들은 우왕좌왕, 팬들은 분노하고 있다. 지난 31일 NC 다이노스전에서 8회 5-5 동점을 만들었지만 수호신 손승락이 4실점으로 무너졌다. 지금 롯데에 필요한 것은 분위기 반전이다. 이를 이끌 영웅이 필요하다.
31일밤 경기후 집으로 향하던 이대호는 어디선가 날아든 치킨 박스에 등을 맞았다. 어긋한 팬심. 하지만 극히 일부다. 그날 수많은 팬들은 말없이 자리를 지키며 롯데 선수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일부 야유도 있었지만 선수들에게 욕만 퍼붓기 위해 팬들이 모이진 않았다. 롯데팬 전체의 마음이 치킨 박스 하나에 투영될 순 없다.
팬들도 알고 믿기 때문이다. 이제 7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137경기가 남았다. 지난해 롯데는 시즌 중반까지 7위였다. 후반기 대반전도 만들어낸 바 있다.
좋은 본보기가 있다. 지난해 SK 와이번스는 개막 6연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새롭게 외국인 사령탑 트레이 힐만 감독이 부임한 뒤 야심차게 시즌 문을 열어젖혔지만 충격은 대단했다. 하지만 SK는 6연패 뒤 2연승, 이후 1패, 이후 7연승의 신바람을 냈다. 시즌 초반을 9승7패로 안정감있게 시작했다. SK는 지난해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맛만 봤지만 가을야구를 경험했다.
당시 "우리 선수들을 믿는다. 아직은 시즌 초반일 뿐이다"며 애써 태연했던 힐만 감독은 시간이 흐른 뒤 힘겨웠던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SK 구단 관계자는 "당시 감독님이 굉장히 힘들어 하셨다. 심한 스트레스를 나중에야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지난해 SK는 4월 8일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개막 6연패를 끊었다. 그날 히어로는 홈런왕 최 정이었다. 최 정은 무려 4개의 홈런을 하루에 몰아치며 NC 마운드를 초토화시켰다. 선발 윤희상이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최 정의 홈런 4방은 결정적이었다. 최 정이 팀을 구한 날이다. SK는 당시 9대2로 승리하며 단번에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이후 본격적인 홈런군단의 탄생을 알렸다. SK는 지난해 한시즌 팀최다홈런 신기록(234개)을 만들어냈다. 그 시작점이 바로 최 정의 4홈런이었다.
연패는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의식하면 할수록 플레이는 움츠러든다. 야구가 멘탈 게임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연패에 빠진 팀의 납득하기 힘든 부진이다.
지금 롯데에도 히어로가 필요하다. 최 정처럼 KBO리그 기록에 남을만한 하루 4홈런은 아니라도 팀을 깨울 수있는 작은 플레이 하나를 온전히 책임져줄 히어로. 내가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책임감, 동료를 향한 믿음을 다시 한번 체크 해야할 시기다.
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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