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현대캐피탈에서 다시 태어났습니다."
센터 출신으로 사상 첫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신영석(32·현대캐피탈)이 환하게 웃었다.
신영석은 3일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열린 V리그 시상식에서 기자단 투표 총 29표 중 23표를 획득, 팀 동료이자 '절친' 문성민을 제치고 MVP를 차지했다.
역대 V리그 남자부에서 센터가 정규리그 MVP를 차지한 건 신영석이 최초다. 스포츠조선은 올 시즌 '꽃길'만 걸은 신영석을 시상식 전에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운이 좋은 것 같다"며 활짝 웃은 신영석은 "신인왕부터 센터로서 첫 라운드 MVP, 올스타 최다득표, 정규리그 MVP까지 마지막 경기 빼고 안 되는 게 없는 시즌이었다"고 밝혔다.
밑바닥도 쳐보고, 정상에도 섰다. 신영석은 롤러코스터를 타며 인생을 배웠다. 그는 "우리카드 있을 때는 너무 성적이 안나다 보니 어떻게든 홀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쳤었다. 부각되려고 개인주의가 심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현대캐피탈은 내가 그러지 않아도 스스로 반짝 빛나는 팀이더라. 나는 (이 팀에서) 다시 태어났다"고 덧붙였다. 또 "현대캐피탈에 와 고참이 됐다. 처음에는 감독님께 엄청 혼이 났다. '나는 신영석이니깐 내 이름 만큼은 현대캐피탈에서 해내야 돼'라는 부담감을 안고 시작했다. 그런데 감독님께서 그런 모습을 보시고 '신영석, 너 배구 얼마나 잘하냐'라고 핀잔을 주시며 '다 내려놓고 너 자체로만 배구를 해라. 이름 값을 내려놓으라'고 말씀해주셨다. 그 때는 적응하기 힘들어서 잘 몰랐었다. 어떻게든 우승을 시켜야 하고 비싼 돈을 주고 나를 데려왔으니 보여줘야 된다는 부담이 컸다. 그러나 점점 지나가면서 감독님의 말씀이 이해가 가더라. 배구는 개인이 아닌 팀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더불어 "어려웠음을 알기 때문에 지금의 간절함이 있을 수 있었다. 맨 처음부터 좋은 구단에 있었으면 간절함을 몰랐을 것 같다"고 했다.
선수인생을 배구에 비교해달라고 하자 신영석은 "4세트 첫 테크니컬 타임이다"고 꼽았다. 그러면서도 그는 "기간은 정해졌지만 지금 기분은 배구를 처음 하는 신입생이다. 20년, 30년 더 하고 싶다. '이제 배구가 보이기 시작하니 몸이 아프다'고 했던 (박)철우 형의 말이 공감되기도 한다. 몸의 나이는 이미 5세트가 넘었다. 하지만 컨트롤하고 할 수 있다. 남은 7년간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주연'이 부담스럽단다. 신영석은 "사실 주연이 있는 자리가 불편하다. 내 자리가 아닌 것 같다. 밤 하늘에는 검은 바탕이 있기에 별이 빛날 수 있다. 나는 검은 바탕이고 싶다"며 "성민이가 더 빛날 수 있도록 내가 해주고 싶다. 대리만족을 하고 있다. 자랑스럽다. 팀 주장이고 내 친구지만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반할 정도다. 지금도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성민이가 MVP를 받았으면 좋겠다"며 쑥스러워 했다.
신영석에게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어떤 존재일까. 신영석은 "간단하게 말하면 '노'가 없다. 감독님께선 '그냥 해봐'라고 하신다. 센터인 내가 백어택을 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것을 하고 있다. 처음에는 힘들었다. 그런데 지금은 리시브도 해야 하고, 백어택도 해야 한다. 때로는 세터도 해야 한다 매 시즌마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대캐피탈에는 안보이는 힘이 있다. 흥분되는 팀이다. 그 중심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오늘보다 내일이 기대되는 팀"이라고 설명했다.
신영석는 자신이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인 대표팀 선배들처럼 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대학교 2학년 때 대표팀에 들어갔는데 TV에서만 보던 센터 선배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 때 이선규 선배한테 신던 운동화를 달라고 해서 끌어안고 잤다. 배구를 잘하고 싶었던 때다. 그런 역할들을 지금 내가 현대캐피탈에서 해야 한다. 그간 현대캐피탈 센터 선배들이 쌓은 것을 무너뜨리지 않고 견고하게 끌고가겠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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