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울산 문수구장.
라커룸 문을 연 장정석 넥센 히어로즈 감독(45)은 깜짝 놀랐다. 어두컴컴한 라커룸 안에 촛불을 붙인 케이크를 든 선수단의 생일 축하 노래 때문이다. 1년에 한 번씩 돌아오지만 바쁜 시즌 일정상 빼먹기가 일쑤인 생일을 제자들이 직접 챙긴 것이다. 장정석 감독과 '띠동갑'인 박도현 배터리 코치(35)도 함께 '생일상'을 받았다.
넥센에겐 고단한 한 주 였다. 지난 주말 3연전에서 KIA 타이거즈에게 모두 패했다. 창단 후 처음으로 온 울산 방문 경기에서도 롯데에게 연패를 당했다. 5연패를 당하는 동안 팀 타율은 2할5푼9리, 같은 기간 똑같이 5경기를 치른 롯데(3할2푼8리), KIA(2할9푼3리), LG 트윈스(2할6푼4리)와 비교하면 가장 낮은 수치다. 득점권 타율은 2할5리에 불과했다. 주자가 나가도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11일에는 롯데 선발 송승준이 불과 4타자 만을 상대하고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갔음에도 계투조를 공략하지 못하면서 단 2안타, 올 시즌 첫 영봉패(0대12)를 당하는 굴욕을 맛보기도 했다.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나선 것은 선수들이었다. 투수 김상수(30)가 총대를 맸다. 넥센 구단 관계자는 "김상수가 어제 저녁 경기가 끝난 뒤 선수단 단톡방에 '힘 좀 내자'고 메시지를 남겼다고 하더라"며 "경기 전 점심 식사 뒤에는 선수단 전체에 커피를 돌렸다"고 밝혔다. 바통은 고참 김태완(34)-박병호(32)가 이어 받았다. 두 선수는 부상으로 이탈한 캡틴 서건창(29)을 대신해 임시 주장을 맡고 있다. 이들은 이날 생일을 맞이한 장정석 감독과 박도현 코치의 생일을 축하하는 '깜짝 이벤트'를 직접 기획했다. 선수단 모두가 참가하는 이벤트를 통해 침체된 분위기를 바꾸고 힘을 모아보자는 취지였다. 이들은 "연패 중이지만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었다. 감독-코치님 생일인 만큼 선수들이 승리로 생일 선물을 대신하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장정석 감독은 "(김)상수가 돌린 커피를 마시며 힘이 났는데 선수들이 생일까지 챙겨줘 너무 고마웠다. 마음 속으로 울었다"고 활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는 "사실 음력으로 생일을 치르는데 이미 지났다. 아마 선수들이 내 프로필에 나온 양력 생일을 참고한 것 같다"며 "나를 생각해서 이벤트를 준비해줬다는 생각에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웃었다. 선수들이 약속한 '승리'라는 선물에 대한 기대감은 표정에 한껏 묻어났다.
울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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