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2001년 LA 디저스 박찬호는 포수 채드 크루터와 호흡을 맞췄다. 크루터는 당시 주전인 토드 헌들리의 백업이었지만, 박찬호가 선발로 등판하는 날엔 꼭 선발로 마스크를 썼다. 박찬호의 전담 포수였던 셈이다. 전담 포수라는 개념이 국내 프로야구에도 소개됐던 시기다.
전담 포수에 관해 부정적인 시각을 보이는 이들도 있지만, 사실 장점이 더 많은 게 사실이다. 투수는 포수와의 호흡이 어떠냐에 따라 투구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어떤 이유로 주전 포수와 맞지 않는다고 하면 배터리를 바꿔줄 수 있어야 한다. 좋은 투구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건 팀워크 차원에서 바라볼 일은 아니다.
요즘 KBO리그에서 전담 포수 체제를 쓰는 투수가 화제를 모은다. 주로 외국인 투수와 백업 포수 간에 이뤄지는 시스템이다. 대표적인 구단이 LG 트윈스다. 에이스인 헨리 소사가 등판하는 경기에서 주전인 유강남이 아닌 정상호가 주로 마스크를 쓰고 있다. 올시즌 선발등판한 7경기에서 정상호와 6차례 호흡을 맞췄다. 지난 4월 8일 부산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경기에서 유강남이 선발 출전한 것을 제외한 모든 경기에 정상호가 마스크를 썼다.
소사는 정상호와 호흡을 맞춘 경기에서 3승에 평균자책점 0.88을 기록했다. 시즌 평균자책점 1.10을 능가한다. 놀라운 성적이 아닐 수 없다. 포수가 정상호이기 때문에, 호흡이 너무 잘 맞기 때문에 호투했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성적이 좋다는 측면에서 전담 포수의 활약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지난 2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도 소사는 올시즌 최다인 8이닝을 던지면서 6안타 2실점의 호투를 했다. 비록 팀이 역전패를 당해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소사의 완벽한 구위와 제구력에 상대팀 한화 벤치에서도 혀를 내둘렀을 정도다. 물론 포수는 정상호였다.
전담 포수의 장점 가운데 또다른 중요한 측면은 주전 포수의 체력 부담이다. 다른 포지션과 달리 포수는 페넌트레이스 전 경기를 뛰는 게 부담스럽다. 체력 소모가 많은 포지션 특성 상 체력 관리를 해줘야 한다. LG 류중일 감독은 "우리 강남이가 모든 경기에 나설 수는 없다. 1주일에 한 번 정도는 쉬어야 한다. 소사가 나가는 날엔 상호가 출전한다고 보면 된다. 소사하고 상호가 맞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정상호는 LG로 이적한 2016년부터 주로 소사의 전담 포수로 나서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주전 포수의 경기 운영 측면이다. 즉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며 경기를 읽는 흐름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류 감독은 "포수가 전체적인 경기를 지휘한다고 보면 쉬는 날 벤치에서 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된다. 직접 뛸 때와는 다른 느끼는 것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화 역시 전담 포수 시스템을 쓴다.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이 선발로 나서는 경기에 지성준이 주로 포수 자리에 앉는다. 주전 최재훈은 쉬는 날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올해 샘슨은 지성준과 맞춰주고 있다. 최재훈이 모든 경기를 뛸 수는 없다"면서 "지금은 샘슨 경기 때 그렇게 하는데, 그걸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즉 또다른 외국인 선수 제이슨 휠러가 나가는 날 지성준이 포수로 선발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지난 1일 LG전에서 샘슨은 지성준과 호흡을 맞춰 6이닝 6안타 3실점으로 시즌 2승째를 따냈다. 최근 4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올리면서 시즌 초 부진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이다. 샘슨은 지성준과 호흡을 맞춘 5경기에서 2승1패, 평균자책점 2.40의 성적을 올렸다. 시즌 평균자책점이 4.66인 점을 감안하면 전담 포수의 효율성을 그대로 읽을 수 있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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