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 트레이 힐만 감독이 뿔났다. 야구 때문이 아니다. 기다려왔던 소아암 어린이 돕기 헌혈을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SK구단 관계자는 "김광현이 모발을 기부한 것을 보고 다른 선수들도 '우리는 할 것이 없나'를 찾다가 헌혈을 하기로 했다"며 "힐만 감독도 헌혈에 참여하기로 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암초에 부딪혔다. 현혈과 관련된 외국인 규정에 막힌 것이다. 헌혈 규정에 따르면 외국인은 1년 이상 한국에 체류해야 헌혈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힐만 감독은 지난 시즌이 끝나고 미국에 돌아갔고 스프링캠프까지 마친 후 한국에 돌아왔다. 외국인 규정에 맞지 않아 헌혈을 할 수 없게 됐다.
이 관계자는 "힐만 감독이 8일 저녁에 전화가 와서 '나는 어떻게 헌혈을 해야하느냐'고 묻더라. 외국인 규정 때문에 헌혈을 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더니 실망을 많이 하더라"며 "제이미 로맥도 참여하려고 했지만 같은 규정으로 무산됐다"고 했다.
힐만 감독의 헌혈은 무산 됐지만 기존 선수들의 헌혈 행사는 예정대로 진행된다. SK 이재원 노수광 박종훈은 13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LG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인천 지역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해 팬들과 함께 헌혈에 나선다. 대한적십자사의 도움으로 헌혈 버스 3대가 투입돼 경기 전 SK프런트 50여명과 세 선수의 팀으로 나뉘어진 120명의 팬들이 먼저 헌혈을 한다. 3명의 선수는 경기가 끝난 후 헌혈을 한다.
이 관계자는 "노수광 이재원 박종훈은 원래 헌혈을 해오던 선수들이다. 그래도 혹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일요일 경기 후로 일정을 잡았다"고 했다.
관심도 폭발적이다. 당초 팬 90여명을 모집하려고 했지만 150명이 넘는 팬들이 지원을 했다. SK측은 헌혈 시간과 장비 등을 고려해 120명까지 인원을 늘리기로 했고 당초 2대의 버스를 투입하려던 적십자사도 1대를 추가 배정하기로 했다.
헌혈에 동참한 팬들에게는 1인당 일반석 티켓 1매와 대한적십자사에서 준비한 소정의 기념품이 증정된다. 또 실제 채혈까지 성공한 팬들에게는 SK 콜라보레이션 상품인 스파이더맨 마스크가 선물로 주어진다. 경기 종료후 선수들의 헌혈이 완료되면 팀 별로 그라운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하는 단체 포토타임도 갖는다.
힐만 감독은 야구 뿐만 아니라 프로야구팀이 팬들의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지난 해 부임하고부터 소아암 어린이돕기를 꾸준히 추진하는 중이다. 김광현이 재활 기간 기른 머리를 소아암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한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이것도 힐만 감독이 김광현에게 제안한 것이다. 힐만 감독 본인도 기부를 하기 위해 현재 머리를 기르고 있다.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의 지위를 누르고 있는 프로야구. 성적도 중요하지만 인기에 걸맞는 나눔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진 시기다. 성적과 나눔, 두마리 토끼를 잡고 있는 SK가 훈훈해 보이는 이유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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