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또 다른 기회의 무대였다. 그간 주목받지 못하던 넥센 히어로즈 유망주들의 입장에서는 주선 선수들의 부상이 또 다른 기회였다. 물론 팀 동료의 관점에서는 안타깝고 속상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프로선수로서 그렇게 찾아온 기회를 잡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자주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넥센 백업 선수들은 이 기회를 헛되게 소비하지 않고 있다. 저마다 주어진 기회를 살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며 성과를 낸다. 넥센이 여러 악재에도 그나마 지금 위치에서 버티고 있는 이유다. 시즌 초반부터 따지면 임병욱을 필두로 장영석 김규민 김혜성에 이제는 송성문까지 그런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기류가 이어지면서 장정석 감독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조금씩 뿌리를 내리고 있다. 부상자들이 돌아오게 되면 불가피하게 '교통 정리'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과정을 거치고서도 자기 위치를 지켜내는 선수가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선수는 다시 기다리는 위치로 돌아가야 한다. 1군 엔트리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서는 퓨처스리그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현 시점에서 부상자들 중 가장 먼저 1군 복귀가 예상되는 인물은 박병호다. 퓨처스리그에서 실전 감각을 회복 중인 박병호는 이르면 다음 주초 1군 복귀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직접적인 여파를 가장 먼저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은 장영석과 김규민이다. 박병호의 주력 포지션이 1루수라서 그렇다. 김규민과 장영석은 현재 1루를 번갈아 맡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김규민의 경우는 현재 리드오프로서 팀내에서 가장 뜨거운 타격 솜씨를 보여주는데다 애초 주력 수비 포지션은 외야라 자생력이 있다. 하지만 장영석은 더 분발하지 않으면 입지가 불안해진다. 일단 수비 위치가 애매하다. 장영석의 원래 주력 수비 포지션은 1-3루 코너 내야다. 그런데 지금 주전 3루수 김민성이 부상을 회복하고 건재하게 다시 돌아와 있다. 여기에 박병호마저 돌아오면 1루 수비도 나서기 어렵다. 지명 타자로는 베테랑 이택근이 버티고 있다. 결국 경기 후반 대타나 대수비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최근 들어 계속 떨어지고 있는 타율도 장영석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장영석은 5월 초순까지는 뜨겁게 타오르더니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5월10일까지 8경기에서 타율 3할9푼4리에 3홈런을 기록했는데, 이후 7경기에서는 타율이 1할6푼으로 뚝 떨어졌다. 슬럼프가 가장 안 좋은 타이밍에 찾아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프로 무대에서는 핑계를 댈 수 없다. 자기 입지는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장영석이 박병호 컴백 이후에도 꾸준히 입지를 유지하려면 결국 타격에서 스스로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 분발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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