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장이 아닌 골프장에서 유쾌한 대화가 오갔다.
24일 경기 여주 솔모로CC에서 열린 제6회 배구인 자선 골프대회. 남녀 프로배구단 감독 10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배구장에선 치열한 두뇌 싸움이 펼쳐진다. '1등을 향한 전쟁'인 프로의 세계에선 쉽게 상대 팀 감독과 미소를 주고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날만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골프채를 잡았다.
은근히 치열한 신경전도 펼쳐진다. 티오프가 시작되기도 전에 유쾌한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시즌 팀을 우승으로 이끈 박기원 대한항공 감독(67)은 "TV를 타야 한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우승팀 감독답게 가장 먼저 골프장에 도착해 휴식을 취했다. 박 감독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44), 신진식 삼성화재 감독(43) 등 40대 감독들과 한조를 이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시 지휘봉을 잡은 신영철 우리카드 감독(54)이 합류했다. 박 감독은 "신 감독이 있어서 괜찮다"며 껄껄 웃었다.
남자부 감독조에선 '신씨 듀오'가 경계 대상이었다. 누가 실력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에 박 감독과 김 감독은 "신씨들이 골프를 잘 친다"고 입을 모았다. 박 감독은 "일단 신씨가 돼야 골프를 잘 칠 수 있다"고 했다. 김 감독은 옆에서 "신씨들이 배구도 잘한다"며 거들었다. 선수 시절 삼성화재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 감독과 신진식 감독은 '절친'답게 티격태격했다. 김 감독은 골프채를 살펴보며, "올해 한 번밖에 못쳐서 곰팡이가 생겼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신진식 감독이 "내기를 피하려고 이런 말을 한다"며 핀잔을 줬다. 그러자 김 감독은 "내기해"라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내기 대신 훈훈한 분위기로 대회가 마무리됐다. 남자조 감독들이 행운상 추첨에서 상을 하나씩 받았기 때문. 먼저 박 감독, 신영철 감독, 신진식 감독이 행운상을 가져가자 김 감독은 "트라이아웃 1~3순위 팀들이 상도 다 가져갔다"며 아쉬워했다. 그러나 김 감독에게도 끝내 행운상이 주어졌다. 기분 좋은 라운딩이 된 셈이다.
이번 대회 '홍일점'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철 IBK기업은행 감독, 서남원 KGC인삼공사 감독, 김종민 한국도로공사 감독과의 대결에서 미소를 지었다. "여자가 혼자여서 어제까지 열심히 섭외를 했는데 아무도 안 왔다"며 쑥스러워했지만, 당당히 배구인 골프대회 초대 여성 챔피언이 됐다.
배구 얘기도 빼놓을 수 없었다. 최근 선전하고 있는 여자대표팀 얘기, 그리고 전력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김 감독은 '디펜딩 챔피언'인 박 감독에게 "트레이드 안 하세요?"라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박 감독이 "관심 있으면 연락해"라고 답하자, 김 감독은 "눈과 귀가 많아서 따로 연락드리겠다"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골프를 치지 않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 이도희 현대건설 감독도 깜짝 방문해 인사를 건넸다. 라운딩 전 이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동료 감독들은 반갑게 맞아줬다. "같이 골프를 치자"는 제의에 이 감독은 "골프를 전혀 칠 줄 모른다"며 손사래를 쳤다. '캐디 제의'도 쏟아졌다. 어떻게든 함께 하고 싶은 동료 감독들의 마음이었다.
모처럼 감독들은 한자리에 모여 스트레스를 날렸다.
여주=선수민 기자 sunso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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