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거장 연출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가 셰익스피어의 '리처드 3세'를 갖고 3년 만에 한국 무대를 찾는다.
현대 실험 연극의 중심지 역할을 해 온 독일 샤우뷔네 베를린의 예술감독인 오스터마이어는 지난 20년간 일련의 혁신적인 작품으로 유럽 연극계의 중심에 선 거장이다.
오스터마이어는 2005년 LG아트센터에서 선보였던 '인형의 집-노라'에서 주인공 노라가 남편을 총으로 쏘아 죽이는 파격적인 결말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다. 이어 2010년 남산예술센터 '햄릿'에서는 인물들을 그로테스크하게 비춰내는 비디오카메라로 인간들의 이중성과 햄릿의 불안을 극대화했으며, 2015년 LG아트센터 '민중의 적'에서는 '다수는 항상 옳은가?'라는 문제를 제기하며 공연장을 불꽃 튀는 토론의 장으로 변신시킨 바 있다.
셰익스피어의 초기 걸작인 이 작품은 실존 인물 리처드 3세(1452~1485)를 다루고 있다. 기형적인 신체로 태어난 리처드가 형제와 조카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하고 왕좌를 차지하지만, 그에 맞서 일어난 리치먼드 백작 헨리 튜더(훗날 헨리 7세)의 전투에서 패배하고 최후를 맞는다는 이야기다.
1593년경 쓰여지고 초연된 것으로 추정되는 '리처드 3세'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이다. 특히 주인공 '리처드 3세'는 흉측한 신체적 외형만큼이나 어두운 영혼을 가진 절대악의 화신이자 천재적인 모사꾼으로, 당대 최고의 남자 배우들이 가장 탐을 내온 배역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독일을 대표하는 배우 라르스 아이딩어가 타이틀롤을 맡는다. 1999년부터 샤우뷔네 앙상블의 단원으로 활동해온 아이딩어는 2010년 내한한 '햄릿'에서 독특하면서도 설득력 있게 햄릿을 그려내 극찬을 받기도 했다. 아이딩어는 곱사등에 절름발이인 리처드 3세의 흉측한 외형적 특징뿐만 아니라 왕좌에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심리 상태를 신들린 듯한 연기력으로 표현해내며 이 작품을 한편의 드라마틱한 심리 스릴러로 승화시킨다. 그의 놀라운 연기로 관객들은 그가 저지르는 악행들이 평소 우리의 내면 속에서도 충분히 저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낄 수 있는 것들임을 인식하게 된다. 간교함과 악랄함으로 무장한 채 주변 인물들을 조종하고 모략하는 '리처드 3세'는 바로 이 시대 관객들의 눈 앞에서 살아 움직이며 마치 자신의 악행을 정당화하고 설득시키려는 것처럼 사악한 숨결을 뿜어낸다.
'리처드 3세'는 2018년 한국연극계에서도 가장 뜨거운 작품이다. 지난 2월 배우 황정민의 '리차드 3세'가 화제를 모았고, 6월에는 명동예술극장에서 프랑스의 장 랑베르-빌드가 연출한 2인극 버전이 공연될 예정이다.
김형중 기자 telos2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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