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브라질에서의 기억은 쓰라렸다. '에이스' 손흥민(26)은 2014년 브라질월드컵 벨기에와의 조별리그 최종전을 마친 뒤 그라운드에 주저앉아 펑펑 울었다. 골을 넣지 못한 게 미안해서, 팀이 0대1로 패한 게 화가 나서, 대한민국이 1무2패로 월드컵을 끝낸 게 아쉬워 연신 눈물을 흘렸다. 당시 막 20대에 접어들었던 '막내' 손흥민의 첫 번째 월드컵은 씁쓸하게 막을 내렸다.
시간이 흘렀다. 손흥민의 축구 시계도 쉼 없이 움직였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둥지를 옮겼고, 세계 최상급 공격수로 자리 잡았다. 2016~2017시즌부터 2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최다 득점 역사도 썼다. 대표팀 경험도 차곡차곡 쌓았다. 그는 어느덧 A매치만 60경기 이상 치른 베테랑이다. 해외 언론들도 손흥민을 '대한민국 에이스'로 평가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펼쳐진 온두라스와의 친선전에서는 왼팔에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2010년 12월 A매치 데뷔 후 처음으로 주장을 맡은 것이다.
부담스러운 경기였다. 3주 앞으로 다가온 러시아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이었지만, 최정예 멤버는 아니었다. 기성용 구자철(이상 30) 등 주축 선수 일부는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했다. 빈자리는 이승우(20) 문선민(26) 등 A매치 데뷔전을 치르는 새 얼굴로 채워졌다. 손흥민 역시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다. 한 시즌 동안 많은 경기를 치르다보니 발목이 온전치 않다. 리그 마지막 6주는 진통제를 맞고 뛰었다.
하지만 그 무엇도 손흥민을 막을 수 없었다. 주장 완장을 찬 손흥민은 한층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는 선배들에게 파이팅을 불어넣고, 멋진 슈팅을 날린 후배들에게는 박수를 보내는 리더였다. 물론 특유의 해결사 능력도 잊지 않았다. 그는 후반 15분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2대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주장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했다.
경기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온두라스전을 통해 A매치 데뷔를 알린 이승우 문선민 등을 칭찬하며 다독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자기 자신에게 만큼은 매우 엄격했다. 그는 "온두라스전에서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왔지만, 더 열심히 손발을 맞춰야 한다. 여기가 끝이 아니다. 메인 무대는 월드컵이다. 월드컵에서 만나는 팀들은 더 강하고 준비를 많이 한다. 우리도 2~3배 더 열심히 준비해야 한다"며 목소리에 힘을 줬다.
지난 4년간 손흥민은 월드컵을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갈고 닦았다. 그는 줄곧 "브라질에서 안 좋은 결과를 가지고 와서 창피했다. 이번에도 잘 준비하지 않으면 망신당할 수 있다. 월드컵에 대한 꿈이 간절하기에 준비하는 시간부터 모든 것을 걸겠다"고 이를 악물었다.
4년 전 막내였던 손흥민이 확실히 달라졌다.
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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