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많았지만, '영건'은 확실히 달랐다.
두산 베어스 우완 투수 이영하(21)는 최근 의도하지 않았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난 7일 '승부 조작 브로커가 다시 프로야구 선수들에게 접근했다'는 내용의 보도를 한 언론사가 했고, 이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지난 5월초 A 구단으로부터 관련 내용을 받고, 자료를 관할 경찰서에 넘겨 신고했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이날 오후 두산 베어스가 스스로 "소속 투수 이영하가 특정 브로커로부터 2차례 제안을 받았지만 강하게 거부 의사를 드러낸 후 곧바로 구단에 알렸다"고 실명을 공개했다.
사실 굳이 선수의 실명을 밝히지는 않아도 됐을 일이다. 승부 조작에 가담했거나, 동조한 것이 아니라 이영하도 일종의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선수명을 공개하기 전에도 KBO와 구단의 협의가 있었다. 하지만 이영하가 옳은 결정을 내린 것이고, 불법에 대처하는 좋은 사례를 알리기 위해 이름을 밝히는 것이 좋지 않냐는 의견이 나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선수 본인의 의사였다. 구단이 재차 이영하에게 "괜찮겠냐"고 물었고, 이영하가 흔쾌히 'OK'하면서 공개가 됐다.
이런 내용이 보도된 후 이영하는 야구팬들로부터 많은 박수와 칭찬을 들었다. 그동안 승부 조작에 연루돼 충격을 준 선수들은 여럿 있었어도, 이처럼 재빠른 자진 신고로 이름이 거론된 선수는 이영하가 처음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금전적, 물질적 보상을 해주겠다며 자연스럽게 접근해 프로야구를 병들게 하는 브로커들의 암적인 존재는 충격 그 자체였다. 그런데 어린 선수의 똑부러지는 대처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했다.
브로커의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실이 지난 7일 알려진 이후, 하루종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이름이 오르내렸던 이영하는 당연히 이날 있었던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 경기를 앞두고 다시 한번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팬들의 관심이 워낙 뜨거웠기 때문에 이영하에 대한 인터뷰 요청도 물론 쇄도했다. 취재진이 몰린 가운데 인터뷰에 응한 이영하는 "(그런 제안을 받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도 피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알렸다"며 덤덤하게 당시 심경을 밝혔다.
물론 걱정되는 부분도 있었다. 아직 스물한살밖에 안된 어린 선수이기 때문에 과도한 관심이 경기력을 흐트러트릴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팀 내부에서도 '저렇게 나섰다가 멘탈이 흔들리면 어떡하냐'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하지만 이영하는 보란듯이 스스로 증명해냈다. 이틀 후인 9일 잠실 NC 다이노스전 선발로 등판해 5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비록 타선이 후반에 터지면서 승리 투수가 되지 못했고 5개의 볼넷도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지만, 0-0의 팽팽한 투수전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버텼다. 나이가 어리다고 '작은 선수'는 아닌 것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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