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만 잘 됐으면 했는데 너무 잘 돼서 저도 놀랐어요."
샷이 잘 되면 퍼팅이 쉬워진다. 반대 경우도 있다. 퍼팅이 잘 되면 샷이 편해진다.
퍼팅에 대한 부담이 없으면 샷을 홀 가까이 붙여야 한다는 압박감이 덜 하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편안하고 가볍게 샷을 하니 오히려 핀에 붙을 확률이 높아진다.
S-Oil 챔피언 이승현(27)이 꼭 그랬다. 신들린 퍼팅감 속에 편안한 샷을 한 끝에 편안하게 우승 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승현은 '퍼팅달인'이라 불린다. 원래 퍼팅을 잘한다. 롱퍼팅 성공률이 높다. 평균퍼팅도 늘 톱5를 지킨다. 지난 시즌도 오지현에 이어 평균 퍼팅 2위였고, 올해도 상위권에 있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길지 않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비결이다.
그 잘하던 퍼팅이 올 시즌 초 말썽을 부렸다.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시즌 초에 퍼팅이 안돼서 고생했어요. 그동안 아쉬운 면이 있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좋게 마무리 한 것 같아 기쁩니다."
퍼팅감을 찾자 줄버디가 쏟아졌다. 이승현은 10일 제주 엘리시안 cc에서 열린 S-오일 챔피언십 최종 3라운드에서 노보기 플레이를 펼치며 버디 8개로 8언더파를 기록했다. 최종 17언더파 199타로 2위 그룹을 3타 차로 따돌리고 통산 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 11월 초 메이저대회인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우승 이후 7개월 만의 우승. 3라운드 내내 노보기 플레이로 KLPGA 5번째 노보기 우승 기록을 세웠다. 시즌 첫 우승의 기쁨을 만끽한 이승현은 "여름 정도나 우승이 나올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 빨리 나왔다. 시즌 2,3승에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도 이승현의 퍼팅은 신 들린 듯 홀을 찾아들어갔다. 3번홀에서 그린 밖에서의 롱퍼팅이 홀에 빨려들어 갔다. 전날까지 9언더파 135타로 박 결(22), 김자영(27)과 함께 공동 선두로 파이널 라운드를 시작한 이승현은 2번홀부터 5홀 연속 버디를 기록하는 등 전반에만 6타를 줄이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박 결, 김자영이 주춤했지만 새로운 추격자가 등장했다. 일주일 전 KLPGA투어 54홀 최소타 기록을 세우며 제주도 대회 2연속 우승을 노렸던 조정민(24)이었다. 10번홀까지 8타를 줄이며 1타차로 따라붙었다. 지난해 퀸 이정은(22)도 10번홀까지 6개의 버디를 잡아내며 맹추격했다.
하지만 이승현은 12번홀(파3)에서 13m짜리 장거리 버디 퍼팅을 성공시킨 뒤 주먹을 불끈 쥐었다. 2타차 선두를 지키던 이승현은 15번홀(파5)에서 샷이 우측으로 밀려 러프에 들어갔지만 차분하게 쓰리온에 성공한 뒤 버디를 잡아내며 쐐기를 박았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김지현(27)과의 연장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렀던 이정은은 보기 없이 8언더파 64타를 몰아치며 14언더파 202타로 박 결과 함께 공동 2위를 기록, 2년 연속 준우승을 차지했다. .
전날까지 1타차 4위였던 디펜딩 챔피언 김지현(27)은 4언더파 68타로, 공동5위(12언더파 204타)로 대회를 마쳤다. 공동 7위(11언더파 205타)에 오른 오지현(22)은 장하나(26)를 밀어내고 대상 포인트 1위에 올랐다. 장하나는 공동25위(7언더파 209타)에 그쳐 10위 안에 들어야 받을 수 있는 대상 포인트를 보태지 못했다. 장하나는 상금 1위와 평균타수 1위는 지켰다.
이날 제주에는 강풍예보가 있어 경기위원회는 핀을 비교적 쉬운 곳에 배치했지만 정작 시합 때는 더할 나위 없이 날씨가 좋아 버디쇼가 이어졌다. 대회가 끝나기 무섭게 빗방울이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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