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 류중일 감독은 지난 8일 대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아찔한 장면 하나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7회초 1사 1루서 9번 정주현이 삼성 투수 우규민으로부터 사구를 맞았기 때문이다. 몸쪽 공에 배트를 쥔 왼손을 강타당한 뒤 정주현은 그 자리에 쓰러져 고통을 호소했다. 혹시 뼈나 인대에 심각한 부상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정주현은 벌떡 일어나더니 그대로 1루로 뛰어갔다. 트레이너와 수석코치, 심지어 류중일 감독의 만류에도 정주현은 씩씩한 웃음을 지으며 달려나가 1루를 밟았다. 지난 10일 삼성전을 앞두고 류 감독은 "소리가 '딱'하고 나길래 크게 다친 줄 알았다. 그랬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정주현은 왼손바닥 측면 피부가 살짝 다쳤을 뿐 별다른 이상 없이 9~10일 경기에도 출전했다.
정주현은 5월 중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LG의 '복덩이'나 마찬가지다. 공수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2루 포지션에 걱정이 많았던 류 감독은 정주현 덕분에 마음을 놓을 수 있게 됐다. 시즌 개막전에서 LG의 2루수는 강승호였다. 그러나 강승호는 32경기에서 7개의 실책을 범했을 뿐만 아니라 타율 1할9푼1리로 타격도 허약한 탓에 1군에서 제외됐다. 그 다음 2루수는 박지규였다. 박지규 역시 공수에 걸쳐 만족감을 주지 못했다. 10경기에서 실책 2개를 범했고, 타율은 9푼1리에 그쳤다.
백업 내야수로 시즌을 맞은 정주현이 선발로 중용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8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잠실경기부터다. 정주현은 투타에서 금세 실력을 발휘하며 자리를 제대로 잡았다. 이후 한 번도 주전 자리에서 밀리지 않고 공수에서 알토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정주현이 선발로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LG의 상승세도 시작됐다.
지난 10일 삼성전까지 정주현은 48경기에서 타율 2할8푼8리(104타수 30안타), 1홈런, 9타점, 22득점을 기록했다. 실책은 3개를 범한 가운데 좌우 폭과 움직임, 포구, 송구에서 나무랄데 없는 수비 실력을 과시중이다. 특히 우익수나 중견수 쪽으로 빠질 수 있는 안타성 타구를 잡아 처리하는 게 안정적이라는 평가다.
공격에서도 기대치를 웃도는 타격을 이어가고 있다. 9번 타자로 나서고 있는 정주현은 톱타자 이형종에게 찬스를 연결해 주는 '고리' 역할을 100% 수행중이다. 발도 빨라 팀내에서 가장 많은 10개의 도루를 성공했다. 도루자가 한 개도 없다는 게 주목할 만하다. 여기에 투혼, 집중력 등 경기에 임하는 태도 또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류 감독은 정주현을 향해 "쟤가 마지막이다. 다치면 안된다"며 강한 신뢰감을 보이기도 했다. 2009년 대구고를 졸업하고 LG에 입단한 정주현은 벌써 프로 10년차다. 2014~2015년 상무 야구단에서 군복무를 하고 돌아와 올시즌 비로소 주전을 꿰차며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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