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이면 홈에서 달성하는 게 좋다고 위안을 삼아야 할까.
KT 위즈 더스틴 니퍼트는 늘 의연한 선수다. 두산 베어스 시절부터 자신이 승리를 하지 못하더라도, 팀만 이기면 개의치 않아하는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15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전은 달랐다. 8회말 팀이 4-3으로 앞선 상황에서 불펜 심재민이 권희동에게 동점 홈런을 허용하자 당황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그러나 이내 동료들을 위해 박수를 치는 장면이 안쓰러울 정도였다.
이유가 있었다. 최근 개인 3연승을 달리던 니퍼트는 NC전도 선방했다. 홈런 1개 포함 10안타를 맞고 3실점 하는 등 완벽했다고 할 수 없지만, 6이닝 3실점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투구, 3자책점 이하)를 기록했다. 팀이 4-3으로 앞서던 상황에 마운드에 내려가 승리 요건도 갖췄다. 동료들이 1점만 지켜준다면, 새로운 역사의 주인공이 될 뻔 했다.
그 역사는 바로 외국인 선수 첫 번째 개인통산 100승. 2011년부터 한국, 두산에서 뛴 니퍼트는 한국 데뷔 후 99승을 기록중이다. 프로야구 역대 외국인 투수 통산 100승 기록은 없었다.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장담할 수는 없지만, 니퍼트같이 오래 뛰고 꾸준하게 활약하는 외국인 투수가 다시 나오기 힘들 거라는 분석이 많다. 십수년을 뛰면서도 개인 100승을 기록하는 토종 투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 니퍼트의 100승은 프로야구 새로운 역사가 되고, 그만큼 가치가 있다.
물론, 시즌은 길고 니퍼트가 올시즌 안에 100승을 달성할 가능성이 높으니 큰 문제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시선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 입장에서는 다르다.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어 한다. 니퍼트는 15일 그 천금의 기회를 놓치고 만 것이다.
최근 니퍼트의 흐름이 나쁘지 않기에 다음 등판을 기대해볼만 하다. KT는 마산 원정 3연전을 마치면 다음 주중 홈에서 롯데 자이언츠와 3연전을 치른다. 니퍼트는 이 3연전 중 1경기에 등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왕 대기록을 달성하는 거, 원정이 아닌 홈에서 하기 위해 1보 후퇴를 했다고 생각하는 게 마음 편할 것이다. 홈팬들의 큰 박수를 받으면서 말이다. 니퍼트의 100승이 달성되려면, 최근 연패로 침체돼있는 KT의 팀 분위기가 빨리 살아나야 한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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