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중엽, 파리의 화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화풍이 태동하고 있었다. 당시의 사실주의 화풍이 인상파 화풍으로 서서히 변모하고 있던 때였다. 이 물결을 이끄는 중심에 에두아르드 마네(Edouard Manet, 1832~1883)가 있었다. 마네는 여느 화가들과 달리 파리의 비교적 유복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법관. 어머니는 외교관이었다. 아버지는 의당 아들이 자기의 뒤를 잇기를 바랐다. 그러나 마네는 오히려 화가의 꿈을 키웠으며 훗날 친구의 한사람이던 모네와 더불어 인상파 화가로서 그의 입지를 다졌다.
마네의 작품은 술과 관련된 것이 많다. 그중 하나가 초기 작품인 '압생트를 마시는 남자'(1859)이다. 굽 높은 모자를 쓴 넝마주이 주정뱅이를 화폭에 풀 사이즈로 담고 있는 그림이다.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폴리 베르제르의 술집'(1882) 등이 그러한 카테고리에 든다. 그의 대표적 작품에는 '풀밭 위의 점심식사'(1863)가 있다. 이는 엄청난 비평을 몰고 온 작품이기도 하다.
모네는 다른 가난한 화가들과는 달리 그의 집이 있는 바띠뇰에서 이른바 '바띠뇰의 친구'들과 다소 낭만적인 삶의 여유를 즐겼다. 이들 친구들에는 20세기 입체파 화풍을 연 폴 세잔느, 수련의 명화를 일구어낸 끌로드 모네, 당대 이름난 문예 비평가이던 에밀 졸라, '악의 꽃'을 읊은 샬스 보들레 등이 있었다. 그리고 이들은 틈만 나면 마네의 집에서 술을 즐겼다. 대표적인 것에 당시 파리의 화가들 사이에 크게 유행하던 압생트가 있었다. 알코올 도수가 무려 45~74°에 이르는 증류주 또는 희석주로서 주된 원료에는 향쑥이 쓰인다. 색상은 밝은 연초록, 때로는 무색이다. 값이 싸고 쉽사리 취해 영감을 얻고자 하는 화가, 귀족, 때로는 노동자 계층에서 유행했던 술이다. 이들보다는 뒷날 데뷔한 아를의 반 고흐(1853) 등도 압생트에 탐닉했던 화가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 친구들은 당대의 와인들을 즐기기도 했다. 한 가지 특별한 것은 그들의 와인 리스트에는 대부분이 화이트 와인으로 짜여져 있다. 눈에 띄는 것에 샹빠뉴 지방의 샴페인, 부르고뉴 샤블리의 화이트 와인, 독일 라인강의 리슬링 화이트 등이 있다. 또한 포티파이드 와인으로서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건너온 마르살라, 스페인 헤레즈에서 옮겨온 세리 등이 있었다.
우리가 마네의 와인 리스트에서 눈여겨볼 대목이 몇 가지 있다. 그 중 하나가 '라인강의 화이트 와인'이다. 당시 파리의 미식가들이 가장 즐겨 찾은 와인 가운데 하나가 라인강 안에서 나는 리슬링 화이트였다. 프랑스의 대문호였던 알렉산드르 뒤마 역시 그의 '요리 대사전'에서 당시 파리의 명주 리스트에 '라인강의 화이트 와인'을 올리고 있을 정도였다. 다른 하나는 포티파이드 와인으로서 셰리와 마르살라가 이들 바띠뇰의 친구들이 즐겨찾던 아이템이었다. 와인보다는 약간 알코올 도수가 높은 셰리나 마르살라는 파리의 식도락과 와인 마니아들한테는 아주 큰 인기였다.
1883년 마네는 명성을 한창 얻을 무렵, 그의 친구들을 남겨두고 그리 길지 못한 51살의 삶을 마감했다. 압생트는 서울에서도 호사가들이 찾는 것으로 현재 주된 상품은 FL 코리아에서 수입 및 유통시키고 있다. <와인리뷰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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