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경기는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으로 대체하여 경기를 안내하게 되었습니다."
부산 사직구장에 낭랑히 울려 퍼진 장내 아나운서의 멘트였다. 이 말이 끝나자 마자 관중석에서는 박수소리와 폭소음이 함께 터져나왔다. 정말 보기 드문 장면이었고, 상황이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80년대 초반 야구장으로 되돌아간 듯 한 기분마저 들었다. 아마도 이런 황당하고 생경한 느낌 때문에 관중들도 박장대소 했을 것이다. 사직구장 전광판이 먹통으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26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홈팀 롯데 자이언츠와 원정팀 넥센 히어로즈가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었다.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돼 이미 잠실과 인천 경기는 우천 순연됐지만, 부산 지역에는 먹구름만 끼어있을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가끔 안개비 정도가 뿌렸다 마는 정도였다. 양팀은 정상적으로 경기를 준비했다. 관중들도 좋지 않은 날씨 탓에 크게 줄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입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직구장의 명물인 초대형 전광판만은 예외였다. 경기 시작 시간이 임박해 오는 데도 여전히 요지부동. 평소라면 다양한 영상을 미리 상영해 관중들의 흥미를 끌어올려야 했지만, 이날은 불빛 한점 비치지 않았다.
롯데 구단 관계자는 "전원 및 네트워크 쪽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서둘러 고치고 있는 중이다. 경기 개시 전까지 재가동 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기가 시작되고 나서도 3분이나 지나 겨우 전광판이 켜졌다.
그 사이 경기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다. 6시25분경 애국가 제창이 끝난 뒤 장내 아나운서는 방송을 통해 관중들에게 전광판이 켜지지 않아 장내 아나운서의 방송으로 경기가 안내된다고 밝혔다. 그리고는 마치 옛날 야구장에서나 들을 법한 목소리로 1회초 수비에 들어간 롯데 선수들의 포지션을 공지했다. 관중들은 낯선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재미있어 하는 듯 했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 했을 듯 하다. 그러나 이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직구장 전광판은 수리를 마치고 오후 6시33분부터 정상 가동됐다.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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