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해야하는데…."
프로야구 경기를 앞두고, 비로 경기 취소가 결정되면 보통 양팀 분위기가 엇갈리기 마련이다. 상승세인 팀이나, 선발투수 전력이 앞선다고 생각되는 팀은 아쉬워한다. 반대로 연패중이거나 선발에서 밀리는 팀은 비를 반긴다.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던 28일 잠실구장. 경기 시작 전 쏟아진 갑작스러운 폭우로 인해 경기가 취소되고 말았다. 양팀 감독이 경기 전 덕아웃 미팅을 할 때부터 날씨가 흐려 취소가 예상됐었다.
그런데 이날 양팀 감독들이 비에 대한 반응이 똑같았다. LG 류중일 감독, KT 김진욱 감독 모두 "경기 해야하는데"였다.
먼저 LG 류 감독. 류 감독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었다. 선발 임찬규가 최근 갑작스럽게 제구 난조로 개인 2연패중이었다. 상대 선발이 더스틴 니퍼트였는데, 삼성 라이온즈 감독 시절 류 감독을 가장 괴롭혔던 투수가 바로 니퍼트였다. 하지만 류 감독은 "삼성 시절 이후 니퍼트를 처음 상대하는 경기인데, 이제 전성기가 지났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제구가 완벽하지만 않다고 하면, 이제 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자신감을 보였다. LG의 경우 27일 경기 투-타 깔끔한 경기로 완승을 거두며 3연승을 달렸다. 상승세. 반대로 KT는 최근 극도로 부진하기에 선발 매치업 관계 없이 자신감이 넘칠 수밖어 없었다.
자신감 여부를 떠나, 26일 경기도 취소가 됐었기에 너무 많이 쉬는 것도 선수들 컨디션 유지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일이었다.
KT 김 감독도 쏟아지는 비에 아쉬움을 표했다. 김 감독은 "니퍼트가 지난 경기(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많은 공(124개)을 던져 일부러 하루를 더 쉬게 하고 오늘 경기에 맞췄다. 그런데 경기가 밀리면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또, 이날은 니퍼트의 100승 도전 경기였다. 외국인 투수 역사상 첫 100승 도전. 김 감독은 "니퍼트가 100승을 한다는 건, 우리팀도 이긴다는 것 아니겠나. 최근 분위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니퍼트의 100승으로 팀 분위기가 바뀔 수 있길 기대했다. 이왕이면 잠실에서 100승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고 말했다. 니퍼트는 지난 7년 동안 두산 소속으로 뛰며 잠실을 홈으로 썼다. 넓은 잠실에서 유독 강했는데, 공교롭게도 올해는 KT 유니폼을 입고 잠실에서 던질 기회가 한 번도 없었다.
경기를 했으면 분명 승리팀, 패배팀이 갈렸을 것이다. 만약, 경기를 했다면 경기를 바랐던 두 감독 중 누가 웃고 누가 울었을까.
잠실=김용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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