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긋지긋하던 악몽, LG 트윈스를 만나니 경기가 수월하게 풀렸다.
SK 와이번스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선발 박종훈의 호투, 그리고 찬스에서 점수를 뽑아준 타선의 집중력을 앞세워 12대3으로 승리했다. 경기 내내 크게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SK의 일방적인 페이스 속에 경기가 진행됐다. 불펜진이 방심한 나머지 8회 추격의 2점을 준 건 옥에 티. 하지만 야수들이 투수들의 실수를 감싸안아주기라도 한다는 듯, 9회 상대 마무리 정찬헌과 배재준을 폭격하며 6점을 보태 LG를 완전히 KO시켰다. SK는 이날 승리로 LG와의 주말 2연전을 모두 승리했다.
SK와 선발 박종훈에게 매우 의미가 있는 승리였다. 먼저 팀 SK 입장. SK는 올시즌 순항하고 있지만, 일요일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졌다. 올시즌 일요일 경기 승률은 5승11패 3할1푼3리. 4일까지 승률 5할7푼4리를 기록한 2위팀이라는 걸 감안했을 때, 일요일 승률은 너무 낮다. 특히, 최근 일요일 경기 9연패를 기록중이었다. 트레이 힐만 감독은 "달력에서 일요일을 지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난감함을 표시했다.
보통 이런 특이한 패배 징크스가 있는 팀들은 이를 극복해내는 것이 쉽지 않다. 해당 상황 경기를 앞두면, 그 기록이 조명되고 선수단이 부담을 갖기 때문. 롯데 자이언츠는 2014 시즌 화요일에 열린 20경기 1승1무18패의 처참한 성적을 거뒀다. 최근 사례를 보면 LG가 올시즌 두산 베어스전 11전 전패 수모를 겪고 있다.
SK도 상승세를 타기 위해서는 일요일 9연패를 끊어내야 했는데, LG를 상대로 결국 악몽에서 탈출했다. 공교롭게도 SK의 마지막 일요일 경기 승리는 5월13일 LG전(10대0)이었다.
박종훈도 아홉수에서 탈출했다. 선발 박종훈은 6이닝 1실점 완벽한 투구로 시즌 10승째를 따냈다. 박종훈은 지난달 6일 한화 이글스전 승리로 9번째 승리를 따낸 뒤, 4경기에서 승수를 추가하지 못했다. 자신이 못던졌다면 모를까, 7월24일 두산 베어스전 5이닝 무실점, 7월29일 NC 다이노스전 6이닝 3실점(무자책점)으로 호투하고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의미 있는 기록 달성을 앞두고, 꼬이기 시작하면 한 없이 기록 달성이 어려운 게 야구인데 박종훈은 LG를 상대로 비교적 편안하게 아홉수를 끊어낼 수 있었다. 올시즌 LG 상대 3경기 2승 평균자책점 2.40으로 강했던 면모를 이어가며 팀에 값진 승리를 선물했다.
SK 선수들이 잘한 것도 있었지만, LG 선수들이 너무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 SK가 손쉽게 징크스를 깰 수 있었다. 4연패로 침체된 분위기의 LG는 선발 임찬규가 도망가기에 급급한 피칭 내용으로 어려운 경기를 해야했고, 타자들은 박종훈 공에 전혀 대처를 하지 못하며 제대로 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8회 대타 김재율과 채은성의 적시타로 2점을 따라갔지만, 이미 분위기는 SK쪽으로 넘어간 후였다.
잠실=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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