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캇 반슬라이크의 홈런이 드디어 터졌다. 하지만 이제 시작일 뿐이다.
두산 베어스는 외국인 타자 반슬라이크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내내 부진하던 지미 파레디스를 퇴출하고, 지난 7월초 반슬라이크를 영입했다. LA 다저스 시절 류현진과 빅리그에서 함께 뛰며 한국 야구팬들에게도 이름이 익숙했던 타자라 기대치가 높았다. 하지만 반슬라이크는 낯선 투수들의 공에 전혀 타이밍이 맞지 않았고, 결국 7월초 6경기만 뛰다 2군에 내려갔다.
반슬라이크가 1군에 돌아오기까지 한달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2군에서 타격폼 수정을 위해 많은 애를 썼다. 스스로 평가했을 때 타격 타이밍이 가장 좋았던 다저스 시절을 떠올리며 최대한 비슷하게 돌아가려고 했다.
물론 그러는사이 김태형 감독에게 반슬라이크 질문이 쏟아졌다. 그럴만도 했다. 두산은 올 시즌 외국인 타자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도 1위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팀 성적이 좋지 않다면, 부재 중인 외국인 타자에 대한 질문이 실례일 수 있지만 두산은 그렇지 않다. 나머지 선수들이 워낙 잘하고 있기 때문에 반슬라이크에 대한 질문도 매번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반슬라이크의 1군 부재 기간이 길어질 수록 김태형 감독의 답변은 더 짧아졌다. 2군에서 열심히 하고는 있다고 하는데, 눈에 보이지 않으니 할 말이 없다는 늬앙스였다.
그리고 복귀 첫 2연전에서 보여준 모습은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다. 반슬라이크는 지난 9~10일 수원 KT 위즈와의 2연전에서 8타수 1안타에 그쳤다. 초반보다 헛스윙 비율이 줄고, 공을 맞춰나간다는 것은 더 나은 점이었지만 여전히 타이밍이 맞는다고 볼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의 첫 홈런은 두산 전체에게 가뭄의 단비와도 같았을 것이다. 반슬라이크는 11일 잠실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7회말 진명호를 상대로 좌월 솔로포를 터뜨렸다. 1S에서 진명호가 2구째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실투성으로 높게 향했다. 직구를 기다리던 반슬라이크의 타이밍과 스윙 궤적에 걸리면서 홈런이 됐다. 반슬라이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직구 타이밍을 가져갔는데 빠르게 휘는 변화구가 와서 홈런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2타수 1안타 2볼넷을 기록했고, 첫 홈런은 승리를 확정짓는 쐐기포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홈런 이후 더그아웃에서 자신의 일처럼 기뻐하는 동료들이었다. 주장 오재원을 비롯해 두산 선수들은 반슬라이크의 홈런이 터지자 밝게 웃으며 축하를 아끼지 않았다. 반슬라이크 역시 홈런 타자에게 주어지는 곰인형을 꼭 쥐고 쑥스럽게 웃었다.
부진 응어리를 풀어낸 첫 홈런이지만, 아직 만족하기에는 이르다. 사실 두산도 지금처럼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이 다운되고, 돌아가며 잔부상에 시달릴 때는 외국인 타자의 힘이 반드시 필요하다. 더군다나 우승에 도전하는 입장에서 타선의 변수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는 주전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가 최우선 과제다. 남아있는 가을 무대를 위해 반슬라이크의 반등은 필수요소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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