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같은 팀인가? 같은 선수들이었나?"
인도네시아에서 농구는 상당한 인기를 누리는 스포츠다. 2003년에 출범한 인도네시아 프로리그(IBL)가 꾸준히 성장하며 이제 10개 팀으로 구성돼 있고, 관중 흥행이나 시청률 경쟁에서도 꽤 굳건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고 한다.
이 같은 농구 인기는 지난 14일 밤 생생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현지시각으로 저녁 6시30분(한국시각 8시30분)부터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농구장에서는 인도네시아의 남자농구 예선 첫 경기가 열렸다. 그 상대가 바로 한국 대표팀 '허 재호'였다. 자국 대표팀의 첫 경기를 보기 위해 구름 관중이 일찌감치 경기장에 몰려들었다. 관중석은 금세 가득 찼다. 약 3000명 가량의 만원관중이었다.
인도네시아 매체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다. 자국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의 대표팀이 나서니 당연한 일이었다. 관중들의 함성 소리는 시종일관 뜨겁고 우렁찼다.
하지만 약 2시간 뒤, 인도네시아 관중과 취재진은 말 그대로 '패닉'에 빠져버렸다. 그들의 예상을 한참 뛰어넘은 참패가 나왔기 때문. 이날 한국은 귀화선수 라건아의 30득점-19리바운드 맹활약을 앞세워 인도네시아를 104대65로 크게 이겼다. 경기 시작 휘슬이 불린 이후 단 한 차례도 리드를 내준 적이 없었다. 매 쿼터 큰 격차가 벌어졌다.
사실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농구 수준은 차이가 크다. 대표팀간 경기에서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진 적이 없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관중과 취재진은 '이변'을 크게 기대한 듯 하다. 바로 지난 달 대만에서 열린 윌리엄 존스컵 대회에서의 결과 때문이다. 당시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연장까지 가는 대등한 접전을 펼친 끝에 86대92로 아쉽게 패한 바 있다. 이 당시의 모습을 기억하는 인도네시아 팬과 취재진은 홈 어드밴티지 등을 감안해 이번에도 팽팽한 접전 내지는 '대이변'까지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 대표팀의 수준은 한 달전과 크게 달라져 있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허 재 감독은 "존스컵은 그저 훈련 정도로 생각하고 치른 것이었다. 전지훈련 삼아서 여러 선수들을 기용해보며 경기를 치렀다"면서 그저 '연습'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진짜 실력과는 상당히 거리가 멀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팬과 취재진은 한 달 전의 모습이 한국 농구의 진짜 실력이라고 여긴 듯 하다.
때문에 경기가 끝난 뒤 인도네시아 취재진은 믹스트존에서 자국 선수들에게 이날 경기의 패인등을 집중적으로 질문했다. 또 허 감독에게는 "(한 달전과) 정말 같은 팀인가? 같은 선수들로 한 것이 맞나?"라는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충격을 입은 듯 보였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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