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도 듣지 못했습니다. 대만 감독도 말을 아끼네요."
'눈치 싸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눈치 전쟁'이라고 명명해도 될 듯 하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첫 판부터 맞붙게 된 한국과 대만의 감독들이 모두 맞대결 선발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팀이 처한 상황과 엔트리에 있는 투수 개개인의 역량을 조사해보면 금세 외부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지만, 정작 양팀 감독들은 경기 직전에야 알려줄 속셈인 듯 하다.
이는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끄는 선동열 감독이나 대만 대표팀을 이끄는 쉬??이 감독 모두 마찬가지다. 정황을 근거로 굳이 따지자면 선 감독이 먼저 입을 닫았고, 쉬 감독이 이런 전략을 따라하는 모양새다. 두 감독 모두 치열하게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물밑 싸움은 선 감독에 의해 먼저 시작됐다. 선 감독은 지난 24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라와만군 야구장에서 열린 대표팀 첫 공식 훈련을 마친 뒤 26일 대만과의 예선 1차전 선발에 대한 질문에 "내일(25일)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날 연습 때 팀의 명실상부한 에이스 양현종이 불펜 피칭을 한 탓에 대부분 취재진이 이로부터 2일 뒤 대만전에 양현종이 선발로 나서지 않을까 추측했으나 어쨌든 감독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선 감독은 약속했던 25일에도 대만전 선발이 누가될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이번 대회 규정에 보면 선발 투수를 공식적으로 미리 발표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단지 라인업 교환 전에 왼손인지 오른손인지만 상대의 요청이 있을 때 알려주면 되는 걸로 나와있다"면서 "대회 규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선발 투수를 끝까지 감추겠다는 것이다. 대만전 필승을 위한 전략의 하나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하다.
그런데 이런 조심스러운 태도는 대만 쉬??이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쉬 감독 역시 한국과의 경기를 하루 남겨둔 시점까지도 선발 투수에 대한 언급을 삼갔다. 이는 대만 취재진에 의해 확인됐다. 대만 야구 취재를 오랫동안 해 온 소보상 기자는 "우리(대만 취재진) 역시 잘 모르겠다. 쉬 감독으로부터 한국전 선발에 대한 발표를 듣지 못했다"면서 "대신 쉬 감독은 '프로 출신 투수는 (한국 전력분석팀에)너무 잘 알려져 있기 때문에 한국이 정보를 덜 갖고 있는 아마추어 선수가 나갈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이는 마치 "(왼손 선발과 오른손 선발의 출전 가능성이) 반반이다"라고 한 선 감독의 답변을 연상케 한다.
공교롭게도 대만은 24일과 25일에 항상 한국 대표팀과 같은 장소에서 바로 다음 시간대에 훈련을 진행했다. 때문에 정황상 대만 측이 먼저 훈련을 마치고 진행한 선 감독의 인터뷰 내용을 참고로 선발 공개에 대한 '함구 방침'을 설정했다고 생각해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초반부터 동등한 상황에서 전력으로 승부하겠다는 대만 감독의 의지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또한 그만큼 대만 야구가 한국을 라이벌로 여기며 필승 각오를 뜨겁게 다지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소리만 없을 뿐 전쟁은 이미 시작된 것이나 진배없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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