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급 레프트' 전광인(28)은 올 시즌 자유계약(FA)를 통해 한국전력에서 현대캐피탈로 둥지를 옮겼다. 거물급 스타의 이동, 말이 많았다. 이미 문성민 신영석 여오현 등 스타들이 즐비해 샐러리캡(총연봉 상한제)이 부족할 것 같아 보였던 현대캐피탈이 전광인을 품었기 때문이었다. 전광인의 공식적인 연봉은 5억2000만원이었다. 팀 내 최고액이자 남자부 전체 2위에 해당하는 몸값이었다.
전광인이 'V리그판 어벤저스' 현대캐피탈 적응에 약간의 시간이 걸렸다. 박수보다 쓴소리를 먼저 받았다. 지난해 9월 KB손해보험과의 컵 대회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최태웅 감독이 전광인을 지목해 쓴소리를 가했다. "너 이 팀 왜 왔어?" 전광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고개만 숙였다. 지금까지 배구를 하면서 들었던 가장 충격적인 얘기였을 듯했다.
하지만 전광인은 점점 '스타군단' 현대캐피탈에서 존재감을 뽐냈다. 특히 공격형 레프트임에도 리베로 못지 않은 서브 리시브와 디그 능력으로 흔들리는 조직력을 잡아주고 있다. 전광인도 지난 3일 우리카드전이 끝난 뒤 "요즘 들어 수비화가 된 것 같다는 느낌이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수비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느끼고 있다. 수비를 잘 할 때 좀 더 기분이 좋다. 수비 쪽에서 마음 편하게 플레이 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6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올 시즌 도드람 V리그 4라운드 홈 경기에선 안정된 서브 리시브에다 공격력도 유감없이 발휘했다. 2세트부터 주포 파다르의 컨디션이 떨어지자 세터 이승원과 이원중은 전광인의 공격점유율을 높였다. 전광인은 2세트(5득점), 3세트(9득점), 4세트(5득점)으로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을 배달, 파다르가 부활할 시간을 벌어줬다.
2세트(2득점)→3세트(2득점)-4세트(3득점)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던 파다르는 운명의 5세트에서 서브 에이스 3개를 포함해 8득점으로 팀 절반 이상의 득점을 책임졌다. 전광인이 있어 가능했던 시나리오였다.
전광인은 FA 몸값을 제대로 하고 있다. 최 감독은 3개월여가 흐른 정규리그에서 전광인의 모습에 대만족 중이다. 그러나 전광인은 스스로 불만족이다. 최 감독은 "나는 광인이가 정말 잘 해주고 있다고 느꼈는데 광인이는 스스로 불만족스럽다고 하더라. 수비, 공격, 서브를 다 잘하고 싶어하는데 경기 중에 꼭 한 가지씩 안된다고 하더라. 그 얘기를 듣고 좋은 마음가짐이라고 느꼈다. 운동선수가 만족하면 안된다. 다만 모든 것을 잘 하려는 부담감을 가지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웃었다.
이런 욕심이 수치로 증명되지는 않지만 전광인의 진정한 몸값을 대변하는 요소가 되지 않을까. 천안=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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