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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어진 기술위 감독선임 난제. 40대 기수론 물건너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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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활 논란을 겪으며 우여곡절 끝에 14일 구성된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회. 새로 위촉된 위원들이 부쩍 젊어졌다. 40대 기수론이다. 이승엽 KBO 홍보대사(43)를 비롯, 박재홍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46), 마해영 성남 블루팬더스 감독(49), 최원호 SBS스포츠 해설위원(46), 이종열 SBS스포츠 해설위원(46) 등 40대 스타 출신이 대거 포진했다.

KBO 측은 "시즌 중 지속적으로 경기를 보고 선수를 관찰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검토했다"며 "현장과의 공백이 길지 않고 현대 야구의 흐름과 트렌드를 이해하면서 선수 분석과 선발에 있어 데이터 등의 통계자료를 폭넓게 활용할 수 있는 40대의 젊은 야구인을 최종 선정하게 됐다"고 선임 배경을 밝혔다.

비경기인으로는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섭 정형외과 원장이 이름을 올렸다. 6명의 신임 위원들은 향후 보름 내에 김시진 기술위원장과 함께 큰 결정을 내려야 한다. 신임 국가대표팀 사령탑 선임이다.

진퇴양난이다. 누가 선택되든 새로 부임할 감독은 여러 뒷말과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기술위에 이어 대표팀 감독도 확 젊어질 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여러 후보가 물망에 오른다. 경륜과 실력, 오래지 않은 공백 등을 두루 고려할 때 적임자는 두명으로 압축된다. 현실적으로 40대 기수론은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유력후보는 김경문(61), 조범현 전 감독(59)이다. 두 전직 감독 모두 대표팀 지휘봉을 잡기에 손색이 없는 베테랑 감독들이다. 전략적 측면에서나 개성 강한 대표선수들을 하나로 묶을 카리스마 측면에서 두루 검증된 사령탑이다. 국제대회에서 거둔 뚜렷한 성과도 있다.

하지만 그 어떤 선택도 쉽지만은 않다. 두 명장 모두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다. 문제는 선동열 전 국가대표팀 감독(56)의 불명예 퇴진 과정에서 비롯됐다.

김경문 감독은 선동열 감독과 대학 선후배로 개인적으로 가까운 사이다. 국가대표 감독과 투수코치로 손발을 맞춘 적도 있다. 선 감독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자리를 선배로서 선뜻 맡기가 썩 편치만은 않은 상황이다. 평소 '의리'를 중시하는 김 감독의 성격상 더욱 그렇다.

조범현 감독도 썩 편안한 상황은 아니다. 총재의 불필요한 언급 때문이다. 정운찬 총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손혜원 의원의 질문에 조범현 감독을 언급했다. 손 의원은 '선수 때는 유명하지 않은데 훌륭한 감독이 된 사례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국보급 투수'로 한 시대를 군림한 선동열 감독을 염두에 둔 뜬금 없는 질문이었다. 이에 정 총재는 조범현 전 KT 감독을 거론하며 "조 감독은 선수 때 스타가 되지 못했지만 나중에 우승을 이끈 훌륭한 감독이 됐다"고 답했다.

조범현 감독은 정 총재와 개인적인 인연이 없다. 야구를 잘 아는 정 총재 평소 소신을 밝힌 것 뿐이다. 하지만 결국 이 불필요한 언급은 국감 당시 여러 실언들과 합쳐지면서 선동열 감독 자진사퇴의 불씨가 됐다.

그렇다고 김경문 조범현 감독 외 다른 후보들로 선뜻 눈길을 돌리기도 쉽지 않다. '백전노장' 김성근(77) 김인식(72) 감독이나, 김용희(64) 김재박(65) 감독은 모두 한시대를 풍미한 명장이지만 노장이란 물리적 약점과 길었던 현장 공백이 아쉬움으로 지적된다. '세대교체'를 명분으로 삼을 수 있는 젊은 카드 조원우 감독(48)은 롯데와 남은 계약 기간에 대한 잔여 연봉이 있는 상황.

선택지가 많지 않은 현실. 만시지탄이지만 굳이 기술위원회를 부활시켜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할 거였다면 지난 파동 때 선동열 감독을 최대한 보호했더라면 어땠을까.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져 버린 선동열 감독의 중도 사퇴 과정이 신임 감독의 발목을 잡는 현실이다.

상황을 스스로 꼬아버린 KBO, 쉽지 않다. 결자해지만 남았다. 누구도 힘들어진 '부담만 든 성배'. 말 많고 탈 많은 자리지만 구설수를 감수하고 자신을 희생해 중책을 맡아줄 감독에 대한 명분 쌓기와 설득 과정이 필요하다. 힘차게 출발해도 모자랄 신임 감독의 첫 걸음에 납덩이 같은 짐을 지운 형국. 이래저래 신임 체제 탄생과정에서 산통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구성을 완료한 KBO 기술위원회는 17일 오후 3시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첫 모임을 갖고, 향후 위원회 운영 계획과 프리미어12와 2020년 도쿄올림픽 대표팀을 이끌 전임 감독 선발 과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