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등번호 25번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거울을 봤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
'100승 투수' 배영수는 두산 베어스에서 제 3의 야구 인생을 시작한다. 삼성 라이온즈에서 프로에 데뷔해 '푸른피의 에이스'로 15시즌을 뛴 그는 2015시즌을 앞두고 FA(자유계약선수)로 한화 이글스에 이적했다. 그리고 지난해 시즌 도중 한화에서 방출되면서 팀을 떠나게 됐다.
현역 생활을 끝내야 할 위기에 놓였던 그에게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선발과 중간이 모두 가능한 즉시전력감 베테랑 투수가 필요했던 두산이 배영수를 영입하면서 현역을 유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또 한번의 기회가 주어진만큼 배영수는 누구보다 절박하게 새 시즌을 준비 중이다. 한화 시절 친하게 지냈던 후배 김범수, 김민우와 일본 오키나와에서 개인 훈련을 소화한 배영수는 14일 귀국했고, 1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37주년 창단기념식에 참석했다. 이날이 김태형 감독과 코칭스태프, 동료 선수들과 처음으로 정식 인사를 나눈 날이다.
배영수는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4개월을 쉬어봤다. 야구를 안하고 쉬니까 살도 많이 쪘었다. 몸무게가 104㎏까지 불었더라. 처음으로 세자리수를 찍어서 깜짝 놀라 5㎏정도 체중을 감량했다. 오키나와 개인 훈련만 벌써 15년째라 사실상 현지인이다. 후배들과 달리기도 하고, 공 던지고, 웨이트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두산에서 처음 연락을 받았을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는 배영수는 "요즘 베테랑들에게 많이 차가운데, 그래도 인정을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 요즘 베테랑들이 설 자리가 너무 없으니까 다들 벼랑 끝에 서있는 느낌"이라며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배영수의 말대로 많은 구단들이 베테랑들을 정리하고,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육성하는 바람이 불고 있다. FA 시장에서도 30대 중후반 선수들은 계약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배영수는 "우리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데 버티려고 하는 게 아니다. 저도 나름대로 20년차인데 누구보다 열심히 했고, 잘 준비했다. 나이가 많고, 연봉이 많다는 이유로 (냉대받는 것이)아쉽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삼성에서 줄곧 등번호 25번을 달았던 배영수는 한화로 이적하면서 등번호를 바꿨다. 그리고 두산에서 다시 25번을 달게 됐다. 원래 주인은 양의지였지만, 양의지가 이적하면서 배영수에게 갔다. "유니폼을 입고 거울을 보니까 뿌듯하더라"며 웃은 배영수는 "내게는 특별한 번호다. 우리팀 입장에서는 양의지가 떠나 아쉽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번호를 받아서 좋았다"고 했다.
팀내 최연장자인 김승회와 더불어 최고참급에 속하는 만큼 개인 욕심을 부릴 상황은 아니다. 배영수도 "삼성을 떠날때부터 내가 선발을 고집한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단 한번도 고집한 적이 없다. 항상 후배들과 똑같이 시작했고, 똑같이 경쟁해왔다. 누구 한사람은 궂은 일을 해야하는 게 야구다. '건재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보다도 나이에 맞는 포지션과 생각, 행동, 말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면서 "두산은 워낙 잘 돌아가는 팀인데 내가 무슨 할 말이 있겠나. 오늘 처음으로 한강을 보면서 차를 타고 야구장에 오는데 기분이 참 좋더라. 우승권인 팀인만큼 모든 선후배들이 힘을 모은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 있을거라 생각한다. 나도 거기에 일조하고 싶다"고 굳은 다짐을 밝혔다.
잠실=나유리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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