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아랍에미리트)=박찬준]사실 의구심이 있었다.
'박항서 매직', 분명 대단했다. 연일 새 역사를 썼다. 지난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을 시작으로 8월에는 사상 최초로 일본을 꺾은데 이어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4강 신화를 이뤘다. 12월이 정점이었다. 동남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마저 거머쥐었다. 박항서 감독으로 베트남은 1년 내내 축제를 이어갔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큰 무대에서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었다. 연령별 대회는 변수가 많은데다, 베트남 성인 대표팀이 상대했던 팀은 모두 엇비슷한 수준의 팀이었다. 그래서 아시안컵에 나서는 박항서호를 향해 기대 못지 않게 걱정의 목소리도 있었다. 박 감독이 스즈키컵을 끝으로 물러났어야 했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 아시안컵은 박항서 매직의 진짜 힘을 볼 수 있는 무대였다. 베트남은 죽음의 조에 속했다. '아시아 최강' 이란, 중동의 복병 이라크 등과 한조에 속했다. 16강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첫 경기였던 이라크전에서 리드를 잡고도 아쉽게 2대3으로 패했다. 선전했지만, 거기가 한계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박 감독의 용병술에 문제가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이란을 만나서는 높은 벽을 실감했다. 박항서 매직은 거기까지 인줄 알았다.
하지만 예멘과의 경기에서 2대0 승리를 챙기며 와일드카드의 불씨를 살린 박항서호는 행운이 따르며 극적으로 16강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레바논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까지 같았지만 페어플레이룰에서 앞서 마지막으로 16강행을 결정지었다.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나선 요르단과의 16강전. 모두가 베트남의 열세를 점쳤다. 하지만 베트남은 놀라운 경기력을 펼치며 승부차기 끝에 승리했다. 베트남 축구 역사상 처음으로 맛본 아시안컵 토너먼트 승리였다.
8강전 상대는 일본이었다. 일본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50위. 100위인 베트남의 딱 절반이었다. 유럽 빅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즐비한 일본과 객관적 전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베트남은 또 한번 아시아를 놀라게 할 뻔 했다. 0대1로 패했지만, 내용에서는 대등했다. 결정력만 좋았더라면 예상과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
박항서 매직은 진짜였다. 선수비 후역습으로 이루어진 베트남의 경기력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압박의 간격과 강도, 그리고 수비 밸런스 모두 훌륭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의 한국을 연상케 했다. 동시에 대단히 트렌디했다. 빠르게 때려놓고 콩푸엉, 꽝하이, 판둑에게 공격을 맡기는 모습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우승을 거머쥔 프랑스의 전략과 비슷했다. 박 감독은 베트남을 이같은 전술, 전략을 90분 동안 유지시킬 수 있는 팀으로 만들었다. 아시아 최강인 이란, 일본과도 대등한 싸움을 한 이유다.
이제 누구도 베트남을 아시아의 변방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이번 아시안컵은 박항서 매직의 실체를 보여준 무대였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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