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부다비(아랍에미리트)=박찬준 기자]새판을 짜야하는 벤투호의 가장 큰 과제는 기성용(뉴캐슬) 공백 메우기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아시안컵 8강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우승은 커녕 15년만에 4강에도 오르지 못했다. 벤투식 축구에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새판짜기가 불가피하다. 핵심 자원인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가 은퇴를 선언한데 이어 기성용 역시 이탈이 유력하다. 부상으로 대회를 중도 낙마한 기성용은 대표팀 은퇴를 암시했다. 그는 대표팀을 떠나며 자신의 SNS에 '하나님 감사합니다. 마침내 끝났습니다'란 글을 남겼다. 2018년 러시아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를 결심했던 기성용은 벤투 감독의 설득으로 아시안컵에 나섰다. 조만간 자신의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에서 벤투호가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보인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기성용의 부재였다. 기성용은 벤투식 축구의 핵이었다. 벤투식 축구는 볼을 지배하고, 컨트롤 하는 축구다. 점유율을 높여 득점 기회를 최대한 창출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후방부터 빌드업에 나서고, 짧은 패스를 지속적으로 시도한다. 공격의 마무리는 주로 측면에서 이루어지지만, 측면까지 볼을 전달하는 것은 중원의 몫이다. 넓은 시야와 정확한 킥, 탁월한 키핑력을 갖고 있는 기성용은 중원의 키였다.
기성용이 필리핀과의 1차전에서 부상으로 다친 후, 대표팀의 템포는 급격히 느려졌다. 황인범(대전)과 정우영(알사드)가 중원에 포진했지만, 패싱력, 키핑력 모두 기성용에 미치지 못했다. 황인범은 상대의 압박에 당황하는 모습이었고, 정우영은 부정확한 패스를 남발했다. 어쩌다 볼이 돌더라도 지체되는 모습이었다. 정확한 롱패스 한방으로 방향을 전환하던 기성용의 존재가 절실했다. 중앙에서부터 연결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다보니, 전체적으로 경기가 느슨해졌다. 공수 모두 무딘 모습을 보였다.
벤투 감독은 계속해서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중원 문제, 더 정확하게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다시 한번 답답한 축구가 이어질 공산이 크다. 특히 벤투 감독이 선호하는 4-2-3-1 체제 하에서는 기성용 처럼 경기를 풀어줄 수 있는 중앙 미드필더의 존재가 절실하다. 기존 얼굴 중에는 기성용을 대체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 벤투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 있는 정우영은 이번 대회에서 한계를 노출했다. 주세종(아산) 역시 마찬가지다. 황인범은 아직 경험이 더 필요해 보인다.
결국 새 얼굴을 찾아야 한다. 이강인(발렌시아)과 백승호(지로나)가 첫 손에 꼽힌다. 올 시즌 발렌시아 역사상 최연소 외국인선수 데뷔 기록을 세운 이강인은 서서히 출전 시간을 늘리며,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다. 기술이 좋은 이강인은 점유를 강조하는 벤투 감독의 스타일에 딱 맞는다. 게다가 구자철과 기성용이 뛰었던 2선과 3선 모두를 소화할 수 있다. 아직 너무 어리다는 평가가 많지만, 1군무대에 데뷔했다는 것은 성인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췄다는 뜻이다. 최근 지로나에서 기회를 늘리고 있는 백승호도 능력은 확실하다. 탈압박 능력이 뛰어난데다, 사이즈면에서 기성용을 대체할만 하다.
기성용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지, 새판짜기에 나서는 벤투호에게는 위기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 확실한 것은 기성용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면 벤투식 축구도 없다는 사실이다.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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