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자원이 늘어난 것 같다'는 질문에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웃으며 "자원이 아니라 인원이 많은 것"이라고 답했다.
농담 같지만 아직 마운드에 대한 진심이 엿보이는 답변이다. 두산은 일본 오키나와 1차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지난 20일부터 미야자키에서 실전 경기 위주로 2차 캠프를 진행하고 있다. 연습 경기의 포인트는 투수 점검이다. 다른 팀도 마찬가지지만, 시즌 개막을 앞두고 실전 긴장감을 통해 투수들의 투구수와 컨디션을 점검해야 한다. 타자들이야 시범 경기만 치러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투수들은 타자를 세워놓고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나가야 정상적인 시즌 준비가 가능하다.
두산도 투수 점검에 모든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실 야수 같은 경우는 지난해와 비교해 주전 멤버 교체가 거의 없다. 양의지가 이적했지만 박세혁을 사실상 주전 포수로 낙점하면서 빈 자리를 채우게 됐다. 나머지 야수들도 그대로다. 새 외국인 타자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가 1루와 지명타자를 오가고, 내외야 백업 멤버만 확정하면 크게 달라질 것은 없다.
반면 마운드는 물음표가 많다. 확정적인 것은 조쉬 린드블럼, 세스 후랭코프, 이용찬, 이영하로 이어지는 선발 4명과 마무리 함덕주 뿐이다. 그중에서도 불펜은 대폭적인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난해 필승조로 활약한 김강률은 한국시리즈 준비 도중 아킬레스건 파열 부상을 입어 현재 재활 중이다. 올 시즌 등판은 사실상 힘들 수 있다. 박치국도 어깨 컨디션이 좋지 않아 정상적인 캠프 출발을 못했다. 또 아직 연차가 낮은 어린 투수들에게는 풀시즌 꾸준함을 무조건 기대할 수 없다. 변수에 대비해야 한다.
그래서 김태형 감독도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고 투수들을 점검하고 있다. 새로 합류한 베테랑 배영수, 권 혁의 활용법과 더불어 윤수호 박신지 이형범 이동원 등 젊은 투수들이 얼마만큼 성장해주느냐가 관건이다. 배창현, 김민규 같은 2년차 선수들은 2군에서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키울 것으로 보이지만, 20대 중후반 투수들은 이제 확실히 뭔가 보여줘야 승산이 있다. 권 혁은 5월 1일부터 1군에 등록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좌완 불펜인 베테랑 이현승의 몸 상태와 컨디션도 개막 초반을 버틸 수 있는 주요 요소다.
현재까지는 희망이 크지만, 확실한 필승 카드를 2장은 더 확보하고 개막을 맞아야 계산이 설 수 있다. 정확한 보직 분배가 빠르게 이뤄져야 불펜 변수를 최소화하게 된다. 남은 미야자키 연습 경기와 귀국 이후 치르게 될 시범 경기에서 불펜 윤곽이 확정될 예정이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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