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일이다. 누구나 긴장된다.
문제는 긴장된 상황 속에서의 집중력이다. 24일 끝난 혼다 LPGA 타일랜드 2019 우승자 양희영이 긴장 속 집중력을 제대로 보여줬다.
양희영은 우승 후 LPGA 홍보대행사 JNA를 통해 전한 인터뷰에서 "마지막 라운드 시작하면서 생각보다 많이 긴장됐는데 크게 무너지지 않고 잘 마무리한 것 같아서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파이널 라운드에서 양희영은 일견 편안해 보였다. 샷은 시종일관 부드러웠고, 퍼팅은 안정감이 있었다. 적어도 겉모습만 봐서는 그랬다. 하지만 속으로는 많이 긴장하면서 라운드를 치렀다. 후반 이민지(호주)와 카를로타 시간다(스페인)에게 20언더파 동타를 허용했을 때 긴장감은 극대화 됐다. 마음을 다잡기가 힘들었다. 마음의 창에 욕심이란 성에가 끼는 순간 힘이 들어갔다. 어프로치가 길었고, 결국 보기가 나왔다. 다 잡은 대어가 펄떡거리다 품 안에서 달아나려던 차.
다시 마음을 비우고 샷에 집중하는 순간 길이 열렸다. 16번 홀 그린 밖에서 차분하게 굴린 버디 퍼팅이 아슬아슬 하게 홀에 빨려들어갔다. 양희영은 "아마 제일 중요했던 퍼트였던 것 같다. 그런데 이게 꽤 길고 그린 밖에 있어서 스피드를 잘 맞춰야겠다 생각했다. 안 들어간 줄 알았는데 들어가서 놀랐다"고 말했다. 오로지 현재의 샷에 집중한 결과 선물처럼 얻어진 결과였다. 16번 홀 버디로 양희영은 경쟁자들에게 1타를 앞서기 시작했고 이를 끝까지 지켜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우승의 밑거름은 전반 맹타였다. 4번 홀부터 8번 홀까지 5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공동선두로 출발했던 이민지를 앞서갔다. 그는 "좀 긴장됐지만 최대한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안 부리면서, 하지만 최선을 다한 것이 잘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전반에 보여준 양희영의 모습은 그야말로 최고의 골퍼 그 자체였다. 제 집에 온듯 편안해 보였다. 리듬과 템포가 완벽했다. 스윙은 깃털처럼 가벼웠고, 퍼팅은 물결 조차 없는 호수처럼 차분했다. 앞으로 샷이 흔들릴 때마다 찾아봐도 좋은 교과서가 될 만큼 완벽했다. 마음을 비운 플레이. 모든 스포츠인이 추구하는 궁극의 경지다.
이유 없이 기분 좋은 장소가 있다. 자연스레 흥이 난다. 양희영에게는 태국 대회가 그런 곳이다. 2015, 2017년에 이어 2019년 까지 홀수해 징검다리 우승 공식을 세우며 대회 3승에 성공했다. 그는 "태국 대회에서 세번씩이나 우승해서 영광이고, 제가 정말 좋아하는 대회 중 하나다. 좋아해서 이렇게 즐기니까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웃었다. 마음을 비우고, 마음껏 즐기니 2년 만의 우승이 찾아왔다. 그렇게 양희영은 또 한 뼘 성장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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