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에 대한 무한 신뢰인가, 아니면 집착인가.
어깨 부상 때문에 시범경기 등판을 미루고 있는 LA 다저스 클레이튼 커쇼의 불펜피칭 일정이 마침내 잡혔다. 커쇼는 12일(이하 한국시각) 왼쪽 어깨 부상 이후 첫 불펜피칭을 실시할 예정이다. 약 2주만에 마운드에 오르는 것이다. 스프링캠프 초반 첫 불펜피칭서 어깨 통증을 호소할 당시 심각한 수준은 아니라고 했지만, 2주 넘게 몸상태를 지켜봐야 할 정도로 구단과 선수 본인은 신중을 기했다.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김독은 11일 스프링캠프가 마련된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에서 현지 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커쇼는 개막전 준비가 될 수 있을 정도로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로버츠 감독은 그러면서도 "그것이 커쇼가 개막전 선발등판을 반드시 한다는 뜻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로버츠 감독은 "매년 늘 그랬던 것처럼 커쇼가 이제 불펜피칭을 하는 게 일상적인 것인가. 달력을 보라. 아마도 아닐 것"이라며 "우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지금은 우리 팀이나 선수에게 최상의 상태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커쇼의 개막전 선발등판을 위해 매우 조심스럽게 신경을 집중시키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로버츠의 기대처럼 커쇼가 개막전에 나서는 건 현실적으로 힘들다. 다저스의 시즌 개막일은 29일이다. 다저스는 29~3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를 상대로 개막 3연전을 치른다.
커쇼가 12일 불펜피칭을 정상적으로 마친다 해도 시범경기 등판은 15일 이후에나 가능하다. 또한 실전 투구수를 맞추기 위해서는 시범경기에서 적어도 4차례 이상 등판해야 한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단순히 개막전에 내보내는 게 목표라면 '오프너(opener)' 개념이어야 한다. 이걸 커쇼가 받아들일 리 없다.
로버츠 감독은 2016년 다저스 지휘봉을 잡은 이후 선발 마운드 운영을 커쇼를 중심으로 해왔다. 정규시즌 뿐만 아니라 포스트시즌서도 커쇼의 의사가 반영된 로테이션을 짰고, 투구 교체 때도 커쇼의 의사를 중시했다. 부득 교체하는 경우 덕아웃에 시무룩하게 앉아있는 커쇼에게 직접 설명까지 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스프링캠프 중반에 접어든 지금 시점까지 커쇼의 개막전 선발 등판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건, 그만큼 에이스에 대한 배려, 자존심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로버츠 감독과는 대조적으로 뉴욕 양키스 애런 분 감독은 에이스 루이스 세베리노가 지난 9일 불펜피칭 때 어깨 통증을 호소하자 다나카 마사히로가 개막전 선발로 나선다고 즉각 발표했다. 양키스처럼 현실을 고려한다면 다저스의 개막전 선발투수는 리치 힐 또는 류현진으로 정하는 게 정상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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