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칠 때는 차이를 잘 못 느끼겠다."
KBO가 공인구 규격을 바꾸기로 하면서 올초 각 구단 전지훈련에서는 새 공인구 적응이 지상과제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정작 선수들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적응이 힘들다'보다는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실밥의 모양이 바뀌고, 둘레와 무게가 각각 1㎜, 1g 늘어난 데 대해 투수들이 다소 생소하다고 했을 정도지 적응에 무리가 따른다는 의견은 거의 없었다. 타자들도 반발계수가 0.01 낮아진 새 공인구에 대해 "잘 나가지 않는 것 같기는 하다. 그래도 잘 맞으면 넘어간다"는 의견을 보였다.
반면 롯데 자이언츠 양상문 감독은 "손이 큰 선수는 변화구 각도가 더 좋아질 수 있다. 손이 작은 선수는 불리할 것"이라고 했고, 김시진 KBO 기술위원장과 SK 와이번스 염경엽 감독은 "홈런이 10~15% 정도 줄어들 것"이라며 새 공인구의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했다.
시범경기에서는 어떤 반응이 나올까.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는 "지금은 잘 모르겠고 시즌 들어가서 몇 경기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면서도 "반발계수를 낮춘 게 다른 뜻이 아니라 빗맞은 타구가 넘어가는 걸 없애자는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그러나 잘 맞힌 타구는 어떻게든 넘어간다. 넘어갈 공은 넘어간다"고 했다.
공인구 규격을 바꾼 목적은 최근 몇 년 동안 극에 치달은 '타고투저' 현상을 완화시키자는 것이다. 과도한 타격전은 경기를 지연시키고, 선수들의 체력 소모를 크게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5년 연속 3시간 20분대였던 평균 경기시간이 지난해 3시간 18분으로 줄기는 했지만, 이는 KBO의 필사적인 스피드업 규정 마련 덕분이지 타고투저는 여전했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타고투저는 어느 정도 해소됐을까. 28경기를 치른 17일 현재 전체 타율은 2할5푼8리, 평균자책점은 3.98로 나타났다. 30경기를 치른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이 수치는 각각 2할6푼9리, 4.60이었다. 타율은 1푼1리, 평균자책점은 0.62가 감소했다.
이를 유의미한 결과로 받아들이기에 샘플 크기가 작지만, 타고투저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KBO의 기대 방향에는 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시범경기 경기 당 홈런수도 지난해 2.03개에서 올해 1.25개로 38.4% 줄었다.
공이 바뀌면 타자보다 투수가 민감하게 반응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새 공인구에 대해 불만을 크게 표출하는 투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새 공인구 적응 문제를 걱정하는 감독도 지금은 없다. 일단 새 공인구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다. 여기에 타고투저 완화 가능성도 조금씩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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