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는 '몽니'라 해석한다. 일부는 '소심한 복수'라고 평가한다. '야구 불문율'까지 거론된다. 다만 현장에서 지켜 본 김기태 KIA 감독은 끝까지 지키려고 한 것이 있었다. 바로 '자존심'이었다.
지난 26일 난타전이 펼쳐진 한화-KIA전. 9회 양팀 사령탑이 선수 기용을 놓고 충돌했다. 한화가 13-7, 앞선 2사 1루 상황. 승리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를 남겨뒀다. 한데 한용덕 한화 감독은 마무리 투수 정우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세이브 조건이 성립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사실 상식은 여기서부터 깨졌다. 다만 한 감독의 생각도 이해는 간다. 정우람을 마운드에 올린 건 한 가지 이유였다. 실전감각 때문이었다. 경기가 끝난 뒤 한 감독은 "정우람은 개막 후 실전등판 기회가 없어 점검차 기용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맞불'을 놓았다. 주심에게 타임을 요청한 뒤 대타를 기용했다. 타자가 아닌 투수를 타석에 세웠다. 중계카메라에 잡힌 한 감독의 표정은 황당함이었다. 헐레벌떡 덕아웃으로 이동한 문경찬은 후드 티를 벗고 헬멧과 방망이를 든 채 타석에 섰다. 결과는 스탠딩 삼진이었다.
경기가 찝찝함을 남긴 채 마무리됐다. 이 상황을 두고 팬들의 반발,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김 감독은 이 상황과 관련해 어떠한 코멘트도 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야구에 대한 예의와 에티켓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도자다. 대부분의 감독들도 마찬가지지만 김 감독은 타팀에 대한 발언을 자제한다. 그 이슈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상대 팀에 대해 평가하는 건 실례라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
다만 자존심에 상처가 나는 건 두고 볼 수 없는 '상남자' 기질을 가지고 있다. 물론 그라운드를 사이에 두고 덕아웃에서 상대 감독의 얼굴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오해가 쌓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고 판단했다.
사실 팀 사기는 또 다른 문제다. 정우람의 기용이 자신을 향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했어도 팀 사기를 위해서라도 수장인 감독이 강력하게 어필을 해야 할 타이밍이었다. 말로 싸울 수 없으니 김 감독은 투수 대타로 무언의 시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이 몽니를 부렸다', '소심한 복수를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그러나 반대 극부의 시각으로 보면 '정우람이 아웃카운트 한 개로 과연 실전감각을 끌어올릴 수 있었을까'란 의문이 든다.
한 감독의 정우람 기용으로 시발점이 된 김 감독의 투수 대타 논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지키고 싶어했던 김 감독이다. 긴 하루를 보낸 그 '상남자'는 '1승'을 위해 또 다시 냉정함을 찾는다. 광주=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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