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은 감독의 몫이죠. 밖에서 내는 목소리는 대표팀을 흔드는거에요."
고종수 대전 시티즌 감독의 일침이었다. 현역 때 고종수 감독은 그 시절의 '이강인'이었다. 어려서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고종수는 18세71일에 당시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A대표팀에 합류했다. 역대 10번째로 빠른 A대표팀 발탁이었다. 18세80일 노르웨이전에서 A대표팀 데뷔전을 치른 고 감독은 오랜 시간 한국축구의 중심으로 뛰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고 감독은 A대표팀에 처음 합류하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지난 31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FC와의 2019년 하나원큐 K리그2 4라운드 경기 전 만난 고 감독은 "그때 위로는 하석주 고정운 같은 대선배들이 있었고, 중간에 홍명보 황선홍 김도훈 등과 같은 형들이 있었다. 어렸을때부터 동경했던 형들과 함께 한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얼떨떨한 경험이었다"고 웃었다.
세월이 흘러 그와 비슷한 후배가 A대표팀에 합류했다. '슛돌이' 이강인(발렌시아)이다. 왼발을 주로 쓰고, 측면과 중앙을 오가는 이강인은 여러모로 고 감독과 닮았다. 이강인은 역대 한국인 유럽파 최연소 기록을 모조리 갈아치우며 '한국축구의 새 희망'으로 떠올랐다. 이강인을 발탁해야 한다는 여론이 이어졌고, 파울루 벤투 감독이 화답했다. 이강인은 18세20일에 처음 A대표팀에 발탁되며 역대 7번째로 어린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많은 스포트라이트에도 불구하고, 이강인은 끝내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다. 그를 벤치에 앉힌 벤투 감독의 선택에 대해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고 감독은 P급 라이선스 교육 차 볼리비아전이 펼쳐진 울산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그 역시 이강인의 출전을 기대했다. 고 감독은 "나도 축구인의 한 사람으로 이강인이 뛰는 것을 보지 못해 아쉬웠다"고 했다. 하지만 이내 "선택은 감독의 몫"이라고 못을 박았다. 고 감독은 "밖에서는 여러 이야기가 있을 수 있지만, 감독의 생각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벤투 감독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축구인들이 유튜브에서 여러 소리를 내는데 그러면 안된다. 방송도 중요하지만, 내부의 정확한 소리도 듣지 않고, 단언하듯 이야기를 하는 것은 대표팀을 흔드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고 감독은 경기에 나서지 않았지만, 이강인이 분명 한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고 감독은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들어가면 여러가지를 느낀다. 내가 잘난줄 알고 시건방도 떨어보고, 시간이 지나면 '내가 그렇게 대단한게 아니구나' 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게 나중에 커가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이어 "자기가 동경하던 형들과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배우고, 느끼는게 많다. 형들과 함께 하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두 단계 이상 상승했을거다. 나도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보였는데 조금씩 시야가 트이더라. 그 상태에서 소속팀에 돌아왔는데 정말 시야가 확 바뀌었다"고 웃었다.
한편, 경기에서는 수원FC가 웃었다. 수원FC는 후반 37분 터진 안병준의 결승골과 후반 44분 치솜의 추가골로 2대0 승리를 거뒀다. 수원FC는 2연승의 신바람을 냈고, 개막 후 무패행진을 이어가던 대전은 첫 패배를 당했다.
대전=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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