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를 4강 플레이오프로 이끈 스테이시 오그먼 감독은 '반전의 사나이'다.
선수로서의 오그먼은 엄청난 커리어를 갖고 있다. 네바다 주립대학 재학시절 '올해의 수비상'을 3번이나 수상했고, 1990년에는 미국대학체육협회(NCAA) 우승을 차지했다. 그 덕분에 1991년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9순위로 애틀랜타 호크스에 입단한 '선수 오그먼'은 1991~1992시즌 신인 베스트 5에 선정되기도 했다.
이후 15년간 NBA에서 활약했다. 경기당 평균 기록은 8득점에 3.2리바운드 1.6어시스트로 그리 화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강력한 수비력을 바탕으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긴 커리어를 완성할 수 있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의 전담 마크맨으로 명성이 높았다.
그의 첫 번째 반전은 미국에서의 커리어를 뒤로하고, KBL 무대에 코치로 부임한 것이다. 덴버 너게츠와 모교인 네바다 주립대학, 밀워키 벅스 등에서 코치 생활을 하던 오그먼은 2018~2019시즌 KCC에 코치로 부임한다. KCC는 오그먼이 코치로서 추승균 전 감독을 잘 보좌하며 특히 외국인 선수들을 전담 관리해주길 기대했다.
그런데 시즌 개막 후 KCC가 예상 밖으로 부진에 빠지며 위기가 생겼다. 급기야 추 전 감독이 시즌 초반인 지난해 11월 15일에 자진사퇴 형식으로 감독직을 내려놓기에 이르렀다. KCC는 당시 오그먼 코치에게 '감독 대행'을 맡겼다. 이미 시즌이 시작된 뒤라 새 감독 영입이 어려웠던 상황이라 당시로서는 그나마 최선의 선택이었다.
문화와 언어의 차이로 인해 오그먼 감독대행은 부임 초기 시행착오를 겪었다. 하지만 이내 팀 조직력을 재정비하고, 이정현과 브랜든 브라운을 중심으로 하는 2대2 공격과 스몰 라인업 등으로 팀 전술을 바꿔나갔다. 결국 KCC는 초반 부진을 딛고 정규리그 4위로 플레이오프 티켓을 따냈다. KCC도 이런 오그먼의 역량을 인정하고 지난해 12월 7일, 3라운드 시작 전 정식 감독직을 달아줬다. KBL 리그 역대 두 번째 외국인 사령탑. 오그먼 감독의 두 번째 반전이었다.
시시각각 변하는 승부처의 대응이 중요한 플레이오프 단기전을 앞두고도 오그먼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됐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오그먼 감독은 정규리그에 잘 활용하지 않던 '하승진 카드'를 적극 활용한 끝에 노련한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고양 오리온을 꺾고 4강 티켓을 거머쥐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의구심을 결과로 모두 지워버렸다.
이제 KCC는 정규리그에서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한 리그 최강팀 울산 현대모비스와 4강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있다. 객관적인 전력 평가로는 현대모비스가 앞선다. 하지만 결과는 나와봐야 아는 법이다. 정규리그에서 KCC는 현대모비스와 3승3패로 호각을 이뤘다. 만약 오그먼 감독이 4강에서도 놀라운 반전을 이끌어낸다면 그의 재계약 당위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오그먼 감독이 과연 다음 시즌에도 KCC를 이끌게 될 지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진다. 사실 지금까지의 성과만 보면 재계약을 하는 게 상식이다. 코치였다가 감독 대행으로 부진한 팀을 이어받아 정규리그에 이어 플레이오프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냈기 때문이다. 농구 팬들의 여론도 오그먼 감독의 잔류에 매우 호의적이다.
하지만 변수가 있다. 일단 KCC 구단의 태도다. 외국인 감독이 아닌 국내 감독을 선호할 수도 있다. 또한 객지 생활을 하고 있는 오그먼 감독의 개인 사정도 감안해야 한다. NBA나 미국 대학 쪽에서 오그먼 감독에게 영입 제의가 온다면, 다시 돌아가는 선택을 할 가능성도 크다. KCC와 오그먼 감독의 동행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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