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무조건 살아남아 동료들과 함께 해야겠다. 괜찮아지면 다시 일을 시작할 생각이다."
사극 전문 배우, 장군의 라이벌…, 조역으로도 막강한 존재감을 발하던 아까운 배우가 갔다. 지키기 힘들었기에 더 슬프고, 지키지 못해 더 안타까운 마지막 약속이었다.
배우 이일재가 5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59세, 배우로서 한창 나이였다. 소속사 하얀돌이앤엠 측은 "이일재 씨는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눈을 감았다"고 전했다. 서울성모병원 호스피스 병동에서 치료 중이었지만, 최근 몇달간 건강이 악화된 끝에 세상을 떠나 모두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한양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인 이일재는 대학 시절인 1981년 이후 연극배우로 활동하다 영화 '장군의 아들(1990)'로 은막에 데뷔했다. 거장 임권택 감독이 연출한 국내 최초의 액션 블록버스터였던 이 영화에서 이일재는 김두한의 친구 김동회 역을 맡았고, 박상민 신현준 김형일 손호균 등 막강한 배우들 사이에서도 밀리지 않는 존재감을 뽐냈다.
이후 '야인시대'에서는 김동진 역을 맡아 조상구(시라소니)와 볼만한 액션을 펼쳤고, '무인시대'에서는 경대승(박용우)의 라이벌 허승으로 출연해 막강한 무게감을 과시했다. '각시탈'에서는 주인공 이강토(주원)의 아버지 이선, '연개소문'에서는 계백과 더불어 백제의 충신이자 대표적인 장군이었던 윤충 역을 맡았다. '불멸의 이순신' 이일, '징비록' 원균 등 이순신을 괴롭히는 악역도 맛깔나게 소화했다.
이일재가 출연한 작품들은 '제3공화국' '장녹수' '찬란한여명' '야인시대' '무인시대' '장길산' '연개소문' '왕과나' '대왕세종' 등 주로 사극 또는 시대극이었다. 그가 맡은 배역들을 돌아보면 주로 중후한 아우라를 바탕으로 주인공의 적, 능력 있는 배신자, 믿을 수 없는 부하, 재야의 강자 등 '선굵은 조역'이었다. 분량이나 대사가 많지 않아도 큰 키와 탄탄한 체격, 인상적인 눈빛과 표정 연기만으로도 충분한 존재감을 보여줄 수 있는 훌륭한 배우였다.
이일재는 지난해 12월 '둥지탈출3' 출연 당시 이미 폐암 말기였음에도 "주변에서 걱정할까봐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몸이 아프면 가족 생각이 제일 먼저 난다. 늦게 결혼하다 보니까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내가 잘못되면 누가 아이들을 책임질 수 있을까 싶다"며 "무조건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건강에 굉장히 많이 신경쓰고 있다. 얼굴이 좀 괜찮아지면 다시 일 할 생각"이라며 복귀 의지를 불태웠다. 지키지 못했기에 더욱 안타까운 약속이었다.
이일재의 유족은 아내 황지선 씨와 두 딸이 있다. 빈소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이다. 오는 7일 발인 예정이다.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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